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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실천없는 언론윤리강령이 부른 참사


조선일보가 큰 잘못을 했다. 이 신문이 자체조사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이승규 기자는 지난 6월 20일 오후 3시 54분쯤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다음날인 21일자 조선일보 A12면에 실렸다.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엔 같은 날 오전 5시에 올라갔다. 온라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일러스트(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삽화)를 덧붙였다. 그림 속 인물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딸 조민씨를 의미했다. 부녀가 성매매와 관련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파장은 컸다.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조선닷컴은 이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조국 전 장관과 딸 조민씨는 조선일보와 해당기사를 작성한 기자, 편집책임자를 상대로 각각 5억원씩, 합계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LA조선일보 건은 미국법원에 제소하기 위해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조선일보의 해명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조국 전 장관에게 보여온 적대적인 보도가 빚은 대형 참사로 보는 독자들이 많다. 의도성이 내재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 동의하던 않던 모든 언론인과 언론사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술발전이 저널리즘의 신뢰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보여준 더없이 좋은 사례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다는 신문조차 클릭수를 올릴 수 있다면 물불를 가리지 않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다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완성도는 높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 저널리즘은 기술발전과 완성도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주들은 기술발전을 기자를 적게 쓰는 기회로만 활용한다. 과거에는 기자-차장-부장-국장이라는 소위 데스킹 시스템이 작동했다. 또 취재기자의 기사는 편집기자와 교열부기자의 검증과정을 거쳤다. 요즈음은 어떤가? 일반기업 같으면 보조인력에 지나지 않을 저연차 기자들의 기사가 검증과정 없이 그대로 보도 된다. 과거에는 이번 조선일보 참사처럼 지역기사가 바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반드시 전국부장이나 제2사회부장의 데스킹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언론사나 언론단체가 갖고 있는 윤리강령은 장식품이 아니다. 언론은 다른 영역에서 규정이나 윤리강령을 위반했을 때 추상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은 개별사는 물론 기자협회, 편집인협회, 신문협회, 방송협회 같은 직능단체도 윤리강령을 두고 있다. 2중 3중의 윤리강령을 두고 있다. 


조선일보는 5년 전 주필이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전세비행기, 호화요트, 골프관광, 유럽 왕복항공권 일등석 등을 접대를 받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6년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하는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기자들의 직업윤리의식 등을 높이겠다고 독자들에게 천명했다. 일부 언론사는 조선일보의 윤리강령을 밴치마킹해 자사 강령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실천 없는 허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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