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내부조차 비판 여론이 압도한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이 정당한 명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조다. 스페인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분명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역시 이란 공습을 위해 자국 공군기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처럼 국제정치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신문들을 보면,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응축해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극적 제목과 단순화된 서사다. 조선일보 3월 2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트럼프, 단 한번 공습에 ‘37년 철권 통치’ 끝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가 권력을 승계했고, 전쟁은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단순화였다. 같은 날 5면 머리기사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에 ‘FAFO’를 보여줬다’는 표현까지 제목에 등장했다. FAFO는 ‘까불면 죽는다’는 속어다. 전쟁은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 내란 수습과 경제 회복의 기세를 몰아 수도권 집값 난제 정면 돌파를 천명하고 나섰다. “15년 동안 안 먹고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다”는 대통령의 신년 발언은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불가 방침과 맞물리며 여론의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정책의 성패를 가를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단연 언론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초 우리가 목격한 것은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검증하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복제하는 ‘확성기’의 모습이었다. 발단은 지난 2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영국의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 고액 자산가 2400명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유출됐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도하의 수많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부자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그것도 취재원이 요청한 2월 3일 12시 "상속세 60% 낼 바에 한국 떠납니다"(이데일리)류의 기사였다. 비판적 검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기사’들의 실체는 며칠 만에 처참하게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는 이미 2025
지난 1월 중순, 대한민국 사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세 건의 재판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진행된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6일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1일에는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구형량인 15년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 과정은 검사의 구형이 결론이 아니며, 최종 판단은 오직 법원에 있음을 상기시킨 귀중한 학습의 장이었다. 검사와 변호인은 주장을 펼치는 한 집단일 뿐, 종국에는 판사의 판결이 사건을 결정짓는다. 이 장면들은 한국 법조 보도의 고질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장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법조 기자는 사실상 ‘검찰 출입 기자’와 동의어로 쓰인다.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 흘리는 정보는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을 통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검찰의 구형은 마치 확정판결처럼 소비된다. 반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거나 구형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식이 언론을 도배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합뉴스 ‘미리보는 CES’라는 사전 기사가 나올 정도로 언론이 주목한다. 현대, LG,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최첨단 제품들이나 기자회견이 언론보도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현대차그룹의 산업용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 빨래를 개고 우유를 꺼내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는 대부분 1월 7일자 1면에 주요 기사로 다뤘었다. 현대 LG와는 달리 눈에 띄는 전시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사장의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하겠다’는 현지 기자회견 내용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부분 언론은 대기업의 전시 규모와 총수의 행보에만 관심을 쏟고 올 CES에서 ‘혁신상’을 휩쓴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체는 거의 외면했다. 그나마 세계일보가 ‘한국, 美·中·日 제치고 ‘CES 최고혁신상’ 휩쓸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도표와 함께 상세하게 보도해 돋보였다. 세계일보는 미국소비자 기술협회가 뽑은 30개 최고 혁신상을 분석 이중 13개 한국 기업 출품작이라고
지난 6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차관에 강형석 농업혁신정책실장을 지명했다. 연합뉴스는 ‘농업·농촌 전 분야 정책 경험이 풍부하고 현상 분석과 대책 수립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은 농식품부의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농업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농산어촌' 구축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적임자라는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의 발표 내용도 빼놓지 않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혁신적인 정책통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년이 지난 12월 8일. 서울신문은 “관가를 뒤흔드는 ‘투서 포비아’···농림차관 경질 뒷말 무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대통령이 3일 전 강 차관을 전격 면직하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시간대별로 추적해 보면,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한눈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신문은 강 전 차관 면직에 대해 다른 언론보다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기사는 저널리즘 윈칙을 크게 벗어났다. 무엇보다 기사 내용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관가의 분위기보다는 그가 왜 새 정
‘현재 언론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종범(80년 TBC해직)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가 유튜브 방송 언시국TV 인터뷰에서다. “뉴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수용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석을 해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언론이 주를 이루면서 언론의 이런 기능이 현격히 약화 됐다. 언론사간 경쟁이 격화돼 수용자를 끌기 위한 뉴스의 선정성이 심화됐다. 돈벌이를 위해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원가절감 때문에 TV는 질 낮은 대담프로로 채워지고 있다. 양비양시를 균형이라고 우긴다. 윤석열 지지자와 내란척결을 주장하는 국민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까지 범하고 있다. 민영언론의 영리 추구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영언론이 소환되는 까닭이다. 공영언론이 요즘처럼 절실한 때도 없다. 윤석열 정부서 한전과 마사회가 지배주주로 있던 준공영방송 YTN을 졸속 민영화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YTN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언급, YT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지수는 4개월 보름 동안 1050p가 상승, 40%p 가깝게 올랐다(종가기준 6월2일 2698p→10월17일 3748p). 올해 4000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장밋빛 보도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내내 답보하던 주가가 뛰는 배경에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징되는 주식시장의 반칙이 사라져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란 기대도 반영돼 있다. KBS는 지난 7월 4일 저녁 종합뉴스인 ‘뉴스9’에서 ‘기업 취재해 주식거래···수억 원 차익 실현’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다. 2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알게 된 기업 내부 정보로 먼저 주식을 사고, 기사를 쓴 다음, 팔아서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일 후인 7일 ‘뉴스9’에서도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개 뒤진다“는 제목으로 후속 보도를 했다. ‘한 상장사가 삼성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기 했다’는 내용을 ‘단독’ 취재라고 강조하면서 주식시장 마감 직전 온라인으로 기사를 출고 했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 상장사는 보름 동안 100%가 올랐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해당 주식을 다량 매수한 뒤 호재성
# 지난 6월 9일 경향신문은 오광수 민정수석이 차명으로 부동산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발표 하루만이었다. 이 보도로 오 수석은 임명된지 5일만에 낙마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했다. 기자협회는 선정 이유로 “이 보도는 단순 의혹 제기를 넘어 실제 낙마로 이어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제보 없이 발로 뛴 정공법 보도로, 정권 초 언론의 감시 기능이 실질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라고 밝혔다. # JTBC는 9월 2일 ‘오광수 전 수석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초호화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통일교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오수 변호사와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 강찬우 변호사도 자문 변호사로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재판의 변호를 맡았다. 보도가 나간 후 오광수, 김오수 변호사는 한 총재 변호인단서 사임했다. 제보를 받아 취재한 기사였지만 법조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끌어냈다. 언론보도의 정수를 보였다. # ‘코스피 상승률, 세계 1위서 한 달 새 22위로 떨어져’. 조선일보의 8월 14일 B5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 보도는 미국·일
광복절 사면 문제로 국론이 반분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 여론조사 기관(조원씨앤아이, 미디어토마토)의 조사결과는 찬성, 반대가 백중이었다.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사면권을 행사한다. 그 대상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강욱,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친여권 인사들과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 친야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16일 수감됐다. 이번 광복절에 사면에 포함될 경우 정확히 형기의 1/3(33.3%)을 채운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형기 80% 복역 후 가석방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형기 28%와 21%을 채우고 사면됐다. 조국 전 대표 부부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그 잘못에 비해 수사와 기소, 재판이 과도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법 집행이 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번 사면에는 야권 출신의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
현장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내용을 그날 종합뉴스 시간이나 다음 날 신문에 보도 할 때 기자는 곤혹스럽다. 대통령 기자회견, 그것도 집권 초기 회견은 지지 여부를 떠나 초미의 관심사다. 뉴스 소비자인 국민이 내용을 다 듣고 난 뒤라 뉴스의 생명인 신선도가 떨어진다. 언론사나 기자의 의도를 과하게 담을 땐 왜곡 논란에 휩싸인다. 뉴스 공급자인 언론은 어려움을 겪지만, 뉴스 수요자인 국민은 언론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대통령의 여러 발언이 언론사에 따라 어떻게 뉴스 가치 우선순위를 부여받는지, 어떤 부분이 빠지고 들어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달 만에 기자회견을 했다. 몇가지 새로운 형식이 눈에 띄었다. 추첨으로 질문자를 정한 거나 타운홀 미팅 방식을 가미한 형식의 변화가 있었지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대통령에게 할 질문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실 이제까지 대통령의 생방송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 내용이 대통령실에 제공되고 대통령은 모범답안을 말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어찌보면 취재원과 기자단이 짜고 국민을 세련되게 속이는 방식이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만큼 파격이었고 신선했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