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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소설인가? 기사인가?


지난 6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차관에 강형석 농업혁신정책실장을 지명했다. 연합뉴스는 ‘농업·농촌 전 분야 정책 경험이 풍부하고 현상 분석과 대책 수립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은 농식품부의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농업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농산어촌' 구축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적임자라는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의 발표 내용도 빼놓지 않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혁신적인 정책통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년이 지난 12월 8일. 서울신문은 “관가를 뒤흔드는 ‘투서 포비아’···농림차관 경질 뒷말 무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대통령이 3일 전 강 차관을 전격 면직하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시간대별로 추적해 보면,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한눈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신문은 강 전 차관 면직에 대해 다른 언론보다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기사는 저널리즘 윈칙을 크게 벗어났다.


무엇보다 기사 내용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관가의 분위기보다는 그가 왜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면직됐는지 그 이유를 취재해 보도해야 했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도 없었고, 농식품부 내부에는 강 전 차관의 면직 이유와 관련해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위반 내용이 없었는데 면직됐다면 그것 자체로 큰 뉴스다. 함구령은 현 정부가 지향하겠다는 정책 기조와도 크게 다르다. 언론이 추적해야 할 이슈를 찾고서도 방기했다.


두 번째는 취재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추측성 단어나 문장을 남발했다. ‘정부에 따르면’ ‘A국장’ ‘전해졌다’ ‘얘기도 나온다’ ‘추정된다’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로 인식될 수 있을 것’ 등 거의 모든 문장에서 익명 취재원을 활용하거나 추측성 서술어를 썼다. 소문인지 기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강 전 차관이 윤석열 정부 시절 감찰 대상에 오른 농식품부 A국장의 비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부처 감사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강 차관 덕분에 징계 없이 인사이동으로 마무리됐다는 A국장은 누구인지 밝혀야 했다. A국장에 대한 익명 보도가 필요했다면, 어떤 이유인지도 기사에 담아 독자의 양해를 구해야 했다.  


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하극상’이 면직의 배경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차관 임명 이후 업무보고 과정에서 송 장관을 무시했다면 공직기강을 무너뜨린 것이다. 대통령 공약 실천의 적임자 더더욱 아니다. 이 중차대한 내용을 추측성 기사로 다루는 건 무책임했다. 


끝으로 정치적 갈등 프레임이다. 관가에서 ‘공개 숙청할 수준의 비위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12·3 비상계엄 가담 공무원 색출 작업과 연관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관가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부 사실일지라도 이런 보도는 정도가 아니다. 투서로 공직사회가 뒤숭숭할 수 있다. 그러나 내란에 적극 동조한 공직자를 덮어야 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내란의 밤부터 4월 4일 탄핵일, 6월 3일 새 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그런 대혼란도 극복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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