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식이 언론을 도배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합뉴스 ‘미리보는 CES’라는 사전 기사가 나올 정도로 언론이 주목한다. 현대, LG,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최첨단 제품들이나 기자회견이 언론보도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현대차그룹의 산업용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 빨래를 개고 우유를 꺼내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는 대부분 1월 7일자 1면에 주요 기사로 다뤘었다. 현대 LG와는 달리 눈에 띄는 전시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사장의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하겠다’는 현지 기자회견 내용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부분 언론은 대기업의 전시 규모와 총수의 행보에만 관심을 쏟고 올 CES에서 ‘혁신상’을 휩쓴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체는 거의 외면했다. 그나마 세계일보가 ‘한국, 美·中·日 제치고 ‘CES 최고혁신상’ 휩쓸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도표와 함께 상세하게 보도해 돋보였다. 세계일보는 미국소비자 기술협회가 뽑은 30개 최고 혁신상을 분석 이중 13개 한국 기업 출품작이라고 보도했다.
기술 유토피아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론도 문제였다. AI가 가져올 편리함만을 노래할 뿐, 그 이면에 눈을 감는다. 중국 기술의 부상에 대해 국가 대항전식 애국주의 보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었다. 일자리 소멸,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의 편향성,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등 사회적 비용까지 다룬 심층보도물은 찾기 어려웠다.
불과 4∼5년 전 언론은 ‘코딩이 미래’라며 전국적인 광풍을 주도했다. ‘4살 꼬마도 코딩 열풍’, ‘수강료 1300만 원에도 미어터지는 학원’,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 같은 기사들을 쏟아 냈다. 코딩이 곧 신분 상승의 사다리인 양 보도했다.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는 자극적인 제목 기사는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코딩 업무는 가장 먼저 AI에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면을 보지 못한 언론보도가 어떤 결과 낳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언론보도만 믿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코딩에 매달렸던 수많은 청년에게 무책임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026년 1월 초, 조선일보는 “AI 시대, 컴공 아닌 철학·언어학 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불과 몇 4∼5년 전 코딩 열풍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현상을 전하는 사실 보도일지는 모르나, 권위 있는 언론으로 시민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이드’ 역할 과는 거리가 멀다. 코딩 열풍 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언론이 기술의 수명 주기와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유행만 좇을 때, 독자의 사회적 기회비용은 실로 막대하다.
기술 저널리즘은 기술이 사회 구조와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본이 숨기고자 하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끌어내야 한다. 성찰 없는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한발 앞선 통찰로 국민들이 기술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 돕는 것. 그것이 기술 저널리즘에 부여된 또 하나의 책무다. 사실보도였지만 사실상 오보가 된 ‘코딩 보도’가 준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