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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사진가

 

며칠 전 지인을 따라 서울 중심가의 음식점을 다녀왔다. 빌딩 숲이 아닌 제법 한적한 장소에 있었고, 그 규모 또한 제법 컸다. 천장이 유리로 뚫려있어 자연 채광이 아주 좋았고, 층고도 꽤 높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한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봤을 법한 흰 벽과 조명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사진가로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광고 사진을 만들어내던 장소는 이제 음식점으로 바뀐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토키나(Photokina)에 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포토키나는 1950년의 첫 개최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메세(Koelnmesse)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사진과 영상기기 전시회이다. 수십 년간 각 관련 업체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알렸다. 2018년까지는 2년 주기로 9월에 열렸는데, 2019년부터는 매년 5월에 개최를 예정했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 산업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그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올해 초 포토키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포토키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그들 역시 개최 간격과 날짜의 변경 그리고 전시를 채우는 내용의 변화를 통해 새롭게 설계해봤지만, 오늘날 시장 변화의 속도에 백기를 든 것이다. 


독일의 포토키나, 일본의 CP+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사진 영상 기자재전으로는 피앤아이(P&I)가 있다. 30회의 전통을 가진 행사로, 작년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어 안타까웠는데, 올해 다시 개최되었다. 나 역시도 수년간 이곳에서 사진 강연을 했을 정도로 애정과 관심이 있어 설레는 마음에 다녀왔다.

 

하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너무나 조촐해진 전시회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메이저 카메라와 렌즈 제조사들은 하나 같이 불참했고, 그나마 참가 업체도 확연히 줄어 코엑스의 넓은 행사장이 휑해 보였다. 코로나의 이유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걸었던 전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한적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도 참가해준 업체들의 열정과 용기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강연이나 관련 행사 역시 빈약했고, 광학 기기보다는 조명, 삼각대 등의 주변 기기들의 비중이 높아 둘러보는 내내 허전한 느낌이었다. 내년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여건이 좋아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매년 그 규모가 축소되어온 터라 걱정이 앞선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생활 전반에 걸친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가 가져온 간편해진 프로세스의 긍정적인 부분도 너무나 많지만, 그에 반해 특정 분야에서는 큰 위기로 다가왔다. 그 가운데 가장 타격을 입은 분야는 아마 디지털 이미징 기기 분야가 아닌가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사진이 많이 찍히고 있지만, 전용 기기의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업체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처가 늦었다는 문제도 있다. 카메라 등의 하드웨어 발전속도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발전속도와 편의성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년 디지털 이미징 기기 시장은 쇠퇴하고, 매출은 급감하고 있으며, 몇몇 카메라 제조 업체는 문을 닫기도 했다. 마치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올 때의 양상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제는 제조 업체들도 판매 타깃을 프로와 하이 아마추어 그리고 일부 마니아를 위한 시장으로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심정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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