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Incubus). ‘악몽’, ’큰 걱정거리’라는 뜻 그리고 ‘신화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잠든 이의 정기를 뺏어가는 악령’을 말한다. 신화에 관심 있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여성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와 더불어 악령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밴드가 우선될 것이다. 2004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인큐버스 단독 공연에 다녀왔을 때였다. 공연이 끝나고 여태껏 내한한 밴드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들은 것 같다며 일행과 입을 모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무대 위의 밴드에 미안할 정도로 관객은 적었지만, 공연 내용은 탄탄했고, 꽉 찬 사운드와 연주가 주는 매력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그들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사운드 스펙트럼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록밴드가 되었다. 이들의 발표작 중, 오랜 공백기 끝에 2011년에 발표된 'If Not Now, When?'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있다. 당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커버로 한 이 앨범을 받아든 나는, 도전적인 앨범 타이틀만큼이나 그간의 공격적인 사운드의 연장선을 기대했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 일본 오사카로 연말 여행을 다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실타래처럼 꼬여있던 생각도 좀 정리를 할 겸 떠난 여행이었다. 사실 해결보다는 외면의 의미가 더 가까웠지만, 나이와 함께 늘어가는 어깨의 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상황에서, 여행은 꽤 도움이 됐다. 옷가지를 넣은 가벼운 짐과 함께 카메라를 하나 둘러메고 그렇게 간사이 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과거 MBC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격기 계통 사람들의 인연으로, 일본에 있는 그쪽 업계의 사람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일본과 왕래가 괜찮았던 시절에는, 서로 오가며 종종 만남을 가졌다. 이 여행에서도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프로레슬링 경기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경기를 보러 간 것이었다. 오사카 변두리의 폐공장을 극장으로 개조한 작은 경기장에서의 시합이었는데, 늦은 오후에 시작해 크고 작은 시합들로 이어지다가, 12월 31일에서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 링 위의 선수와 관객들 모두 같이 카운트다운을 하며 축하하는 이벤트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맞은 1교시 수업은 체육 시간이었다. 종이 울리자 교실 문이 열리고 체육 선생님이 들어왔다. 우리 학교는 운동부 특히 럭비부가 꽤 유명했고, 그 체육 선생님이 럭비부 담당 코치였다. 우람한 체구에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선생님은 천천히 걸어 교단에 서더니, “1번부터 10번까지 일어나 봐.”라고 했다. 참고로 반에서 가장 키가 큰 친구가 1번이었다. 그리고는 “앞에서부터 100m 달리기 몇 초야?” 하고 물었다. 우리는 1번부터 차례로 자신의 100m 기록을 대답했고, 그 당시 4번이었던 나는 본능적으로 “18초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선생님은 열 명의 대답을 모두 들은 후 두 명을 지목했고, 방과 후 럭비부실로 오라고 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물은 이유는 키와 덩치가 크고 달리기 속도가 괜찮은 아이들을 럭비부로 데려가기 위함이었다. 덩치와 달리기, 기준은 참 간단했다. 내가 그 순간 “13초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더라면, 내 고교 생활은 아마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음악의 경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관련 서클은 전무했고, 고교 진학 후에도 교내에서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는 합창단 정도밖에 없었다. 중학교 시절 이미 록키드
피시 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이텔과 천리안을 필두로 나우누리, 유니텔 같은 업체들이 가담하며 1세대 온라인 문화의 지평을 열었다. 고등학생의 때를 갓 벗어던지고, 서서히 대학이란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무렵, 내게 피시 통신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종 동호회부터 채팅방까지 매일 온라인에 접속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리고는 이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각 피시 통신 서비스 안에는 음악 관련 동호회들이 많이 있었다. 록, 재즈, 힙합,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사진 한 장을 공유하려면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와야 했을 정도로 극악의 통신 속도였지만, 신세계를 접하는 데 있어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들에 늘 귀를 기울였고, 나 역시 정보를 공유하며 그 피드백을 즐겼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지금과는 달리, 각자의 보물을 조금씩 꺼내 놓으며 주목을 받는 재미 역시 한몫했다. 종종 오프라인 모임도 하게 됐는데, 헤비메탈 공연 감상회 같은 취지의 모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음악 감상하기 좋은 바를 빌려 서로 가져온 희
과거 활발히 활동하고 인기가 있던 뮤지션의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이제는 TV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같은 대안 미디어들이 생산해내는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시간을 지나온 그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엊그제 본 것 같이 한결같은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전성기의 폼에서 많이 벗어났거나,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보다 오랜 기간 음악의 인생을 걸었던 그 모습에 대한 존경이 우선하기에, 응원의 자세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래서 젊음의 에너지는 덜해도 오히려 깊어지고 넓어진 표현력으로 음악을 주무르는 모습에 감동할 때가 많고, 또 그렇게 그들의 새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기억과 맞물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 빌리 아이돌(Billy Idol)이라는 영국 가수가 있다. 70년대 제너레이션 엑스(Generation X)라는 펑크록 밴드의 보컬로 시작해 80년대의 뉴웨이브의 물결과 함께 정립된 펑크와 팝을 넘나드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로 인기를 끌던 가수이다. 물론 같이하던 스티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폐막했다.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어수선한 여론 속에 무관중으로 열린 터라, 이전의 올림픽에 비해 임팩트는 덜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을 보고 있노라면, 올림픽이 가진 상징성과 치열함은 여전하다고 느껴졌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선수가 다양한 종목에서 경쟁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기록과 승패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 벅차다. 개인적으로 개인전보다는 단체전 및 단체 종목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는데, 이는 그간 ‘팀(team)’이라는 형태로 그들이 보냈던 시간이 주는 감동이 더욱더 무게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마 내가 느끼는 매력은 같이 한다는 것의 가치인 듯하다. 10년 전 'Top 밴드'라는 이름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KBS 2 TV에서 제작 방송됐다. 당시 각 방송사는 경쟁이라도 하듯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 돌연 나타난 이 프로그램은, 단지 노래하는 가수만이 아닌 밴드의 서바이벌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본디 서바이벌은 경쟁에서 진 상대를 밟고 올라가며 승부를 가리는 시스템이기에, 계속되는 경쟁과 끊임없는 긴장
며칠 전 지인을 따라 서울 중심가의 음식점을 다녀왔다. 빌딩 숲이 아닌 제법 한적한 장소에 있었고, 그 규모 또한 제법 컸다. 천장이 유리로 뚫려있어 자연 채광이 아주 좋았고, 층고도 꽤 높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한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봤을 법한 흰 벽과 조명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사진가로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광고 사진을 만들어내던 장소는 이제 음식점으로 바뀐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토키나(Photokina)에 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포토키나는 1950년의 첫 개최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메세(Koelnmesse)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사진과 영상기기 전시회이다. 수십 년간 각 관련 업체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최신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알렸다. 2018년까지는 2년 주기로 9월에 열렸는데, 2019년부터는 매년 5월에 개최를 예정했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 산업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그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올해 초 포토키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를 꼽자면, 반드시 이 밴드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바로 비틀스(The Beatles)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존 레넌(John Lennon),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그리고 링고 스타(Ringo Starr)로 구성된 비틀스는 시대의 절대적인 아이콘이었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전 세계가 열광했을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1962년 영국 리버풀에서의 밴드 결성부터 1970년 공식 해체까지, 8년이라는 명성과 비교해 매우 짧은 활동 기간이었음에도, 그들은 음악적 그리고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며, 여전히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비틀스의 사진전이 '비틀스 바이 로버트 휘태커 : 셔터 속 빛나는 청춘의 기록(The Beatles by Robert Whitaker)'이라는 타이틀로 열렸다. 원래 작년 겨울 열릴 예정이었으나 방역상의 문제로 연기되었기에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전시를 볼 수 있어 들뜬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사진전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로버트 휘태커라는 사람이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혹시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내 생애 첫 이사였다. 온 동네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끈끈함이 있던 고향을 떠나 이사를 한다는 것은 현관문을 열고 밟았던 마당 대신 엘리베이터를 밟아야 하는 낯섦 이상으로 가혹했다. 더 이상 할아버지, 동생과 같은 방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연탄을 때던 전에 비해 훨씬 따뜻해진 난방에 모든 환경이 훌륭해졌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새집으로 들어와 가구 정리도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밤, 라디오에서 동물원의 '혜화동'이 흘러나왔고, 몇 주 만에 추억이 되어버린 내 동네와 사람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옛 동네가 그리웠다. 시간이 흐르고 중학생이 되어 새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 나름 적응되어 가고 있었을 무렵 다시 한번 내 감성을 주무르는 노래가 나왔으니, 바로 김현철의 '동네'라는 곡이다. 그 앨범이 워낙 명반이라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등의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유독 '동네'에 크게 반응했다. 매달 이어지는 시험 점수의 등락에 울고 웃게 되는 이른바 입시 지옥의 초입에 들어섰던 시기였기에, 별 고민 없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아니 옛 동네의 나를 더욱 그리워했
지난 2021년 3월 14일 제 63번째를 맞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원래 1월 31일로 예정되어있었지만, LA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다소 미뤄져 치뤄진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Recording Academy)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 시상식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나 ‘최고 신인상’ 그리고 ‘각 장르의 최우수상’ 등의 주요 부문 외에도 83개의 부문에 걸쳐 시상했다. 63년 시간이 쌓아 올린 전통 속에는 그래미 어워드의 무게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그 선정 과정에서의 기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미는 시청자와 팬의 투표가 아닌 뮤지션, 음반산업 관계자 및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들을 뽑게 되는데, 단순하게 당시 인기의 반영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여타 시상식과 다른 차별점을 갖는다. 행사는 세 시간 반 동안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그래미 어워드의 한국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여부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미 2020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