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검사 비위 사건이라도 불기소할 정도의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방지한다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6일 대검이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대검찰청의 ‘공수처 이첩 대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검토’ 문건에는 ‘수사 필요성 또는 수사 가치가 없거나 수사를 마친 시점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혐의없음 등 불기소 결정할 경우에는 수사처에 이첩할 대상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기재돼 있다.
이는 지난달 1일 대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관한 전체 사건 목록, 불기소 결정문 전체, 기록목록 전부 등을 제출해 달라는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한 뒤에 세운 방침으로, 검사 비위 사건이라도 불기소로 판단되면 검찰에서 종결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르면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검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관련법 내용 중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를 수사기관이 조사 등을 통해 범죄 혐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경우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소할 만큼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또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단계에서는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고, 이를 통해 ‘혐의없음’ 또는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기에 공수처에 이첩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검찰의 검사 관련 사건 기소율이 1% 대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사 사건은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검사의 비위사건을 필요적으로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한 공수처법 25조 2항의 원안은 (검사 비위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전속적 관할이라 돼 있다”며 “검찰이 검사 사건을 스스로 수사하고 공소제기 여부까지 결정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믿지 못하고,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공수처에서 하라고 법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도 대검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법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수처와 입장을 함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수사기관의 ‘제식구 감싸기’를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를 설립했는데 검찰이 검사 비위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으면 공수처가 무슨 소용이냐”며 “대검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법 해석과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