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을 마치고 대선후보를 6명으로 압축했다. 선거는 정당 혹은 후보자 간의 ‘프레임 전쟁’이다. 프레임(틀짓기)은 사람들이 세상 혹은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지킬 것이 많은 기득권 세력은 프레임을 만들고 미디어는 이를 널리 유포하고 강요한다. 우리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프레임’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유권자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전형적인 ‘시민참여’ 방식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문자폭탄’이라는 말을 자꾸 듣다 보면 ‘가만히 있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송영길 민주당대표는 뜬금없이 ‘대깨문’ 운운하며 일갈한 데 이어 박정희를 소환하는 등 ‘당대표 리스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일 ‘조국사태 청년세대 좌절감’ 운운하는 질문에 대해 ‘조국사태’가 아니라 ‘윤석열사태’라고 직격했다. 추미애 후보는 촛불정신과 검찰개혁을 소환하여 전면에 내세우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주류미디어는 진보인사죽이기에 이어 진보세력에 대한 부정적 틀짓기에 골몰해왔다. 포퓰리즘, 복지망국, 개혁피로증 같은 메시지 공격에서 홍위병, 탈레반, ‘대깨문’ 등 인신공격까지 그들은 다양한 프레임을 구사한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개혁 대상인 검찰이, 수장인 윤석열을 중심으로 조직적 반발을 통해 국가 기강을 문란하게 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다. 당연히 ‘윤석열검란’ 혹은 ‘윤석열사태’가 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요 신문과 방송은 이를 ‘조국사태’라고 명명했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검란’이 ‘조국’이 되는 순간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은 증발하고 한 개인의 도덕성 논란만 떠돌아다니게 된다.
이들이 ‘조국 프레임’을 고수하는 것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은 바보가 아니다. ‘기레기’라는 말은 시민의 언론개혁 열망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기자라는 프레임에 대한 정면 돌파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 패배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선거와 프레임 전쟁에 관한 대표적인 책이다. 레이코프 주장의 핵심은 보수세력이 선점한 생각의 틀을 깨고 재구성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거다.
송영길 대표가 ‘대깨문’과 ‘박정희’ 운운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상대 프레임에 감금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국사태’를 ‘윤석열사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혁이 민생’, 촛불정신, 기본소득, 검수완박, 언론개혁, 토지공유제와 같은 새로운 대안적 프레임으로 ‘수꼴 프레임’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