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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가부·통일부 폐지’ 주장, 단세포적 발상 우려

성과 미흡하다면 마땅한 혁신안부터 내놓는 게 순서

  • 등록 2021.07.14 10:38:26
  • 13면

야당이 주장하기 시작한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론’을 놓고 여론이 갈리고 있다. 정부 부처나 예하 기관의 기능을 추적 감시하여 상시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문제점 해소책을 논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무다. 그러나 당파적인 관점에 매몰돼 걸핏하면 ‘폐지론’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어리석고 섣부른 행태다. 설치 목적을 재점검하여 부실한 부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역할을 개선할 방안부터 모색하는 게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의 의견을 받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통일부·여성가족부 폐지론을 꺼냈다. 이 대표는 13일에도 “여가부와 통일부는 특임 부처이고, 생긴 지 20년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전제하고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라고 규정해 폐지주장을 거듭 부르댔다. 이 문제를 ‘작은 정부론’과 결부시키며 내년 대통령 선거의 이슈로 만들 태세로 읽힌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영배 최고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해 “빈곤한 철학뿐 아니라 귀를 닫고 ‘아무 말’이나 하는 모습을 보면 ‘박근혜 키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고 맹비판했다. 강병원 최고의원도 “이준석 대표의 어그로(시비 걸기) 정치가 가관”이라며 “‘작은 정부론’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고 상기했다.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가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터졌을 때 진영 논리에 매몰돼 비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보궐선거를 놓고 당시 여가부 장관은 “국민이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는 궤변을 펴 여론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때도 여가부는 할머니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갑작스러운 ‘여가부, 통일부 폐지론’은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양경찰 폐지’를 대안이랍시고 들고 나온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무리 보아도 감정적이고 단세포적인 대응으로 읽히는 ‘폐지’ 주장을 ‘작은 정부론’으로 확장하여 전선을 넓히는 모습은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감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국민 10명 중 5명 가까이가 ‘폐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와 공동으로 지난 9~10일 전국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적절하다’는 응답이 48.6%나 차지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9.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6%로 나타났다.

 

어쨌거나, 정략적 목적이 뻔히 보이는 선동적 ‘정부 부처 폐지론’은 백해무익하다. 폐지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그 순기능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부터 먼저 찾아 밝혀야 한다. 그것은 입버릇처럼 다짐해온 ‘정책 정당’으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세금이 들어가는 두 부처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토론은 얼마든지 필요하다. 그 이후에 ‘폐지’ 여부를 거론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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