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들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신상의 이유로 열흘 만에 대선 캠프를 떠났지만 이동훈 전 대변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 이 전 대변인과 함께 투톱 진용을 완성했다고 알려졌던 이상록 대변인의 경우는 서울신문, 한겨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법조팀장 시절 윤 전 검찰총장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부대변인으로 윤 캠프에 합류한 김기흥 기자는 KBS에서 수개월 전에 국회와 법조 취재를 맡았었고 ‘일요 뉴스타임’ 앵커이기도 했다.
전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윤 후보자를 두고 현직 때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윤 후보자는 이러한 오점을 대신해 ‘국민호출론’과 같은 명분으로 막아섰다.
좀 전까지 시민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비판적 감시자를 자임했던 기자들이 정치권을 선택할 때는 어떨까? 기자였다가 며칠 만에 정치인의 입을 대신하는 직으로 옮겼으니 당연히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심과 불신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국에선 소수의 언론이 전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인지라 이름값 하는 언론에 종사했던 이들이 곧바로 선거캠프나 홍보팀에 진출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논란거리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직업을 바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뜻하는 ‘폴리널리스트’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저널리즘적 가치와 신뢰를 배반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언론학자 김세은(2017)은 “폴리널리스트는 언론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언론의 권력화를 통해 저널리즘 자체를 왜곡시키기도 하며, 나아가 언론인의 전문직화를 방해하고 직업 정체성과 직업윤리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캠프에 들어간 기자 출신 개개인을 탓하는 문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정치에 진출하는 기자들의 이동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는 언론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되레 큰 건 감추기 어려울 것 같다. 전례가 너무 많아서 비판도 드물어진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KBS 윤리강령에는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가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KBS는 공영방송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을 둔다고 썼다.
정치권으로 직을 옮기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언론인의 전문성을 정치에서 도구화하고 동원하려 하는 관행을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지, 언론인의 정치 이직에 세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그들이 언론계에 남긴 상처와 유산을 치유하고 척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저널리즘의 기본과 윤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론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쓴소리를 제때 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