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꼬꼬마 한의사일 때, 특히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수많은 중환자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인턴 시절의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볼까 한다. 그 병원은 중풍전문병원으로서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분인지 항상 전국에서 오는 중풍환자들로 풀 베드(full-bed;입원실이 빈 곳이 없는 상태를 그렇게 불렀다)인 곳이었다.
중증의 중풍환자들은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항상 침상에 누워있게 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면 눌려있는면 살이 체중의 무게를 받기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한마디로 살이 짓물러 상처가 나고 곪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를 수시간마다 바꾸어주기를 지도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잘 안되어 욕창이 심한 반신마비의 중증 중풍의 노인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다.
꼬리뼈 부근의 엉덩이살이 짓물러서 탁구공 반개 정도로 파여 있었다. 인턴인 내가 드레싱(소독)을 담당했었는데 드레싱 할때 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문제는 열심히 드레싱을 해도 낫지 않는 거였다. 나이도 많고 병도 중하고 하니 치유력이 저하되어 낫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부위가 넓어지는듯했다. 그때 레지던트들이 침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기혈순환에 도움이 되는 경혈과 상처부위에 침 치료를 했었다. 더불어 워낙에 회복력이 떨어져 있던 분이라 피부의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되는 한약 복용과 함께 치료했다.
한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고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고 상처가 더 넓어지지 않는 것을 위안 삼을 즈음. 놀랍게 몇 주간의 드레싱과 소독에도 변화 없던 살들이 혈색이 돌면서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 결국 아물었다. 경이로웠다.
욕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좀 낯선가? 심한 욕창이 낫는데 도움을 준다면 일상생활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다. 허리가 아파 내원한 한 환자분이 팔에 밴드를 붙였길래 무슨 상처냐고 하니 화상 상처라고 하며 화상 입었는지 몇 주 되었는데 연고 바르고 덮어두는데 잘 안 낫는고 하였다. 그래서 화상에 화상의 화기를 빼고 피부재생을 돕는데 침치료가 효과적이라고 설명을 드리고 침을 놔드렸다. 허리 치료를 받는 동안의 간단한 네 번의 침 치료 후 상처가 아문 걸 보고 그분은 마치 인턴 때의 나와 같이 놀라워하였다.
이미 존재하는 침의 효능에 대한 이런 경이로움은 나와 내앞 의 환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약동하는 생명활동의 변화 양상을 표현하는 기와 이를 조절하는 침의 효과를 현대의 분석적이고 대상화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한계가 있지만 시대와의 소통이라는 의미가 있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은 MRI 영상으로 침 치료 시 만성요통 환자의 뇌구조 변화를 분석하였는데 통증으로 인한 불편감은 11%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허리 영역의 뇌구조가 긍정적으로 변하였다 한다.
임상에서의 접하는 다양한 침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 앞으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