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이 있으며 월경통이 심해서 한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해서 내원한 한 50대 환자는 한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할 즈음해서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치료 후기를 보내어 왔다.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통증이 없는 경험을 했어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거였는데 이렇게 씻은 듯이 통증이 없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초경 때부터의 통증이었기에 대개는 치료 기간이 더 걸린다. 치료 속도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빠르긴 하다. 일상이 너무 바빠서 두 달 후 한의원에서 만난 환자분이 말한다, “몇 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서 한약을 복용했는데 이렇게 안 아파서 정말 놀랐어요. 자궁근종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었구나. 잠도 좋아졌어요. 새벽 1~2시에 잠들었는데 요즘은 11시경에는 잠이 들어요. 생리 중에 평소에 많던 덩어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양은 조금 많아졌어요. 두 번째 달에는 조금 아파서 진통제 1알 먹으니 곧 괜찮아졌어요.” “그렇죠.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종종 장애물들을 맞닥뜨린다.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잘 해결되지 않고 쌓일 때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소화 불량, 불면증, 두통 등 증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불안과 우울이 더 커진다. 지난 20여 년간 화병 등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이 된 환자들을 진료해 오면서 일시적으로 증상만 누그러뜨리는 약과 치료로 병을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원인과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의 상처, 큰 경제적 손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으로 인한 해소되지 않은 분노 등의 감정해결 되지 않고 쌓이는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육체적 과로. 환경오염. 영양부족, 인스턴트 음식 등의 육체적 화학적 스트레스 등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서 병이 된다. 단지 하나의 요소가 아닌 살아온 과정 속에서 다양한 차원의 복합적 원인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가정, 사회적 관계에서의 질.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먹고. 자고 움직이고 접하는 환경에서의 모든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다. 병이
불안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고 하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지 흥행에도 성공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 캠프를 가는길에 그동안 단짝으로 지냈던 두 친구가 자신과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라일리는 고등학교에 자신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원하는 하키팀에 합류하지 못할까도 걱정을 한다. 이 즈음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불안이 장악을 한다. 원래의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감정에 더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는데 불안이 다른 감정들과 충돌하다가 기존의 감정들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불안에 압도된다. 코치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불안은 밤새 전략을 새운다. 불안이 저장한 기억에서 탄생한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부족해” 라는 신념과 함께 시작한 시합은 중압감으로 원활하지 못하고 반칙으로 퇴장당한다. 다행히 이때 기쁨과 슬픔 등의 기존의 감정들이 다시 감정조절센터로 복귀한다. 숨가쁜 공황상태였던 라일리도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며 모든 감정들과 인생의 사건속에 형성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졌을 수 있다. 왜 발목이 아픈데 발목이 아닌 곳에도 침을 놓을까 혹은 두통이 있는데 손에도 침을 놓을까. 한약도 그렇다, 물론 아픈부위를 치료할 때도 있지만 관련되어있는 다른 부분을 치료할 때도 있다. 인체 각 부분의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한의학의 특징이다. 인체는 12경락과 오장육부가 유기적으로 여러 관점의 패턴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인체의 연결성에 대한 연구가 한의학 외에도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장-뇌축(gut-brain axis) 이론이다. 장-뇌축 이론은 장과 뇌 연결과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장내미생물이 뇌와 장을 연결하는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미생물 불균형은 염증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면 우울, 불안, 인지 기능저하 등이 발생된다,뇌신경 전달 물질 중 세로토닌 및 여러 가지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편안함, 안정감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인데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내 미생물이 중추신경계와 뇌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 균형이 깨지거나 장 건강이 나빠지면 뇌 기능과 감정에 영향을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발병전에도 무척 배변이 힘들어서 다양한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6. 25 한국사회의 고도성장기에 여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온 삶의 궤적 속에서 화병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낯선, 그저 참고 인내한 세월이었다. 변비와 우울, REM수면행동장애, 후각소실 기립성 저혈압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가슴이 답답하고 잘 체하고 소화가 안되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고 잠을 잘 못자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몸이 점점 피로해지고 면역이 저하된다. 면역이 저하되니 염증질환이 잘 생기고 잘 낫지않는다 증상만 덜하게 하는 약은 먹어도 일시적이고 몸을 더 건강하게 하는게 아니다, 부작용도 있고해서 몸이 아픈데가 점점 늘어난다. 이런 즈음에 내원하는 분들을 20년이상 치료해오면서 제대로 나으려면 왜 스트레스가 병이 되는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별, 상실 등 충격적인 관계적 사건이나 경제적인 큰 손실 등 화가나고 억울하고 슬픈 그런 감정들은 해소 되지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어린시절의 일들, 아버지가 알콜중독에 폭력적이었던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면서도 지속되기도 한다. 가슴두근거리고 불안하고 과민한 몸이 된다. 오래동안의 육체적인 과로와 사고등의 육체적 스트레스 혹은 환경오염, 인스턴트음식 등도 화학적 스트레스도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스트레스가 병이 되는 이유를 알려면 자율신경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자율신경은 소화되고 대변보고 소변보고 심장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유품정리사의 기록영상으로, 혼자 외로이 살다가 생을 마감한 한 청년의 방 풍경을 보게 되었다.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는 좁은 공간에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흔적들이 쌓여있었고 컵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들이 찬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먹을만한 음식들이 없었다. 죽음에 이르게 한 개인적 상황, 사회적 구조 등 많은 이야기에 앞서 누군가가 좋은 음식에 대해서 알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으로 내원하는 이들에게서 많이 확인하는 풍경이기 때문이리라. 한의원에는 화병 신체화장애와 함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내원하는데 식단을 체크해보면 하루 세끼가 칼국수, 만두국, 컵라면 이런 식으로 밀가루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우울증이 좋아지기 위해서 치료와 함께 식사습관, 영양이 중요한데 이유는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널리알려진 사실로 뇌에서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그러니까 그 신경전달물질을 통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는데 그 물질을 만드는데 영양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히 중요한 영양소는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 오메가 3 비타민 B군, 아연,
벌써 한의사로서 진료를 해온지가 20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동안 의료인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반복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상세히 대답하기는 항상 진료시간이 짧다. 어떤 질문은 급격히 서구화된 문화로 인한 당연한 결과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정말 잘못 덧씌워진 이미지로 인한 질문도 있다. 한약과 간에 관한 질문도 그렇다. 지난 주말에 지인의 강력한 소개로 내원했다는 그는 한의원에서 치료받는게 처음이다. 애주가인 그는 불과 2개월여 전까지는 매일 술을 먹었는데, 최근에 너무 피로해져서 조금 줄였다고 한다. 나는 가능하다면 음주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권하며 에너지 회복을 위해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지 않나요 괜찮나요" 하고 묻는다. 나는 술이 염려되는데 이분은 아닌가보다. 눈앞에 좋은 것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드문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한약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먼저 묻고 아는 범위를 바탕해서 대답한다. “한약이라고 하면 어떤게 떠오르세요. 한약이라고 생각되는걸 한 번 말해보세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도라지요” 한다. “맞아요. 도라지는 길경이라는 이름의 한약재예요. 또 어떤 것이
기립성 저혈압과 함께 발생하는 목 뒤의 두통을 치료하러 내원한 그는 사업을 한다. 혼자서 해외거래처를 담당하다보니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거래처와 소통을 한다. 밤낮이 없다.직원을 고용해서 자신의 일을 나누면 해결될 일인데. 자신만큼 혹은 자신과 비슷하게 할수 있는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 국제적인 의사소통, 물건의 발주 등은 자신이 다 해야하기에 수년간 쫓기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했고 쉴틈이 거의 없었다. 그런생활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피로감이나 건강의 이상신호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그러다가 1년여전 혈압이 200/120까지 올라가면서 두근거림, 목뒤의 두통 , 어지럼증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혈압약을 먹어서 극도로 높아지는 혈압은 조금 조정이 되었다. 1년이 지나도록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진단받고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는데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이 계속 재발했다. 다른 방법을 찾고자 내원했다. 처음 마주한 그와 대화해보니 바쁜생활때문인지 자신의 몸에 왜 이런 증상이 있는지 몰랐다.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체온조절계, 동공조절 등의 기능
벌써 20년 전이다. 내과수련의로 근무하던 때 지도교수님의 진료실은 화병환자가 많이 내원했다. 진료실과 입원실이 붐볐다. 그런데 화병을 치료해야지 하고 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거나 혹은 잠을 못자서였다. 손발이 저리고 얼굴로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도 했다. 이런 증상들과 함께 많은 경우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를 진단받아 양약 복용 중에 중풍증상을 나타내어 입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수님은 그들에게서 화병을 진단해 내셨다. 화병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혼 50-70대 여성이었다. 화병의 제일 큰 원인인 남편, 시댁과의 관계에서의 상처. 경제적 곤란을 콕 찝어 질문하면 대부분 맞았다. 다음에 올 때 반드시 남편을 같이 오라고 하셨다. 부부상담을 하며 호통과 넉살을 섞은 상담에 환자들이 한바탕 울음을 쏟고 나서 미소를 띈 얼굴이 환해져서 진찰실을 나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교수님의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경험하였다. 자연스레 화병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논문을 여러편 썼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중견의 한의사가 되었다. 여전히 꼭 화병을 치료하려고 오지는 않는 20년전보다 더 다채로운 양상의 화병환자를 만나고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