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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윤석열과 삼청교육대 사진

 

최근 이사하면서 서재 한 구석에 박혀 있던 여러 권의 한국기자협회 취재수첩과 여러 장의 사진 뭉치를 발견했다. 신문기자로 일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는데 한 장의 사진이 강렬해 눈길을 멈췄다. 전두환 정권 초기 때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들이 총을 든 군인 앞에서 차렷 자세로 서있는 모습. 특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겁에 질린 표정이 압권이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 여의도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던 삼청교육대 희생자들에게 제보를 받고 요즘 언론에서 걸핏하면 다는 '단독' 기사로 보도했던 것이었다. "노인들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제목으로.

 

전두환의 만행이 어디 한둘 이겠냐만 이 사진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일 터이다. 그런데 사진을 보다 최근 국민의힘당에 기습 입당한 윤석열 씨의 발언이 겹쳐졌다. "41%의 지지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말에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진과 발언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윤석열 씨 발언의 뉘앙스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문대통령이 실정을 했는데 임기 말에 지지율이 유지되는 건 비정상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 그가 정권교체를 자주 부르짖기에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발언 이면에 자신의 지지율이 답보상태거나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심리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그 원인을 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에서 찾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 임기를 9개월 앞둔 문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원인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경쟁자 등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씨의 발언에서 알게 된, 문대통령과 그의 지지율은 반비례한다는 정보를 대입하면 윤곽이 잡힌다. 일테면 그와 크게 대비되는 문대통령의 긍정적 요소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 힌트는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노인까지 삼청교육대로 끌고 간 명백한 증거물인 사진에 있지 않을까?

 

윤석열 씨의 지적대로 문대통령은 부동산 불평등 완화 실패 등 정책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작금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과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고, 누구를 비판하든 정치적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었다"고 보도한 외신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다. 문대통령이 구현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너무 물렁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여기서 묻는다. 삼청교육대로 상징되는 강력한 리더십, 독재가 나은가? 아니면 어떤 발언도 용인되는 우유부단한 것 같은 민주주의가 나은가? 문화가 꽃피었지만 정의롭지 않았던 구석도 많았던 고대 그리스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했던 이솝의 우화 한 토막은 판단할 수 있는 상상력을 줄 것이다.

 

"통치자가 없어 지쳐있던 개구리들이 제우스신에게 왕을 부탁했다. 제우스가 나무토막을 연못에 떨어뜨려주자 처음에는 첨벙 소리에 놀라 잠수했던 개구리들이 조용한 것을 보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나무토막을 업신여겨 그 위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 따위에 통치받는 것은 체면 손상인 데다 너무 태평하다고 생각해 제우스에게 왕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정나미가 떨어진 제우스가 물뱀을 보냈더니 개구리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윤석열 씨는 답답할 만하다. 군대 조직과 다를 바 없는 검찰에서 태평의 민주주의를 체득하지 못했기에 문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이해하는 건 무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총장이었을 때 대통령의 인사권을 선택적 수사로 무참하게 짓밟은 행위가 쿠데타에 버금가는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 그는 문대통령 지지율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삼청교육대 사진은 아무래도 윤석열 씨에게 보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