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이번 올림픽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사상 최악의, 불안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예견되곤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미뤄졌고,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량이 안정한 정도에 이르렀는지 의혹과 우려가 무성했다. 어쨌거나 17일간의 모든 겨루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슴 뜨겁게 느껴진다.
한국은 20개의 값진 메달을 얻었다. 33개 종목 중 29개 종목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 경기 중에 한국-브라질의 여자배구 4강전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계 4위 터키를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한 여자배구의 선전에 응원이 쏟아졌다. 비록 전 경기 무관중으로 치렀지만 올림픽 중계방송은 더 감각적으로 상황을 보여줬고 극적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남자 자유형 200미터 예선 경기에서 황선우는 1분 44초 62로 예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이 보유하던 한국 기록 1분 44초 80의 기록보다 0.18초 앞선 기록이다. 3미터 다이빙에 도전했던 우하람은 481.85점을 기록해 4위를, 요트의 하지민은 메달 레이스에 진출했고 최종 순위 7위에 올랐다. 높이뛰기 우상혁은 마지막 도전까지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며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처음 럭비 종목에 출전한 한국팀은 5대 50이라는 대패를 기록했지만 세계 2위의 뉴질랜드를 상대해 경기를 치렀다. 여자 양궁 단체전 안산·강채영·장민희 선수의 금메달은 올림픽 단일 종목 9연패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여자 체조의 여서정과 사격의 김민정은 자기 확신이 만들어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하지만 메달을 ‘놓쳤다’라거나 ‘아쉽게도 만족’ 한다며 순위에 집착한 뉴스는 여전했다. 메달이 없어 ‘수모’라든지 ‘참담’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심정이겠지만 메달 색에 따라 푸대접하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을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처럼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뛴 모든 선수를 격려하는 시민의 눈높이까지 오르지 못한 보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 선수의 여성성을 부각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기사도 흔했다. 경기력과 상관없이 외모를 품평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녀’, ‘요정’. ‘공주’와 같은 수식어를 붙여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품평은 경기력을 겨루는 스포츠의 정신에 맞지 않다.
무관중으로 열린 올림픽 폐막식에 60여 나라의 국기는 자원봉사자 손에 들려 입장했다.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후 24시간 이내에 일본을 떠나야 하는 규정 때문에 참가 선수가 전혀 남지 않은 국가들이 그만큼 많았다. 올림픽 보도에서 언론이 놓친 주인공이 있다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마칠 때까지 애써준 봉사자들의 헌신은 금은동 메달보다 값졌고 덕분에 감동의 드라마가 무사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