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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따라하는 인천시, 건축 미술작품 심의 통과율 80%→30% 급락

 

 

인천시는 이른바 ‘1% 미술품’으로 불리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건축비 1% 이내에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난 1995년 의무 시행된 이 제도는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보장하고 시민들의 문화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최근 인천시 미술작품 심의 통과율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6차례 심의의 평균 통과율은 80.4%였다. 지난해 1년 간도 평균 82.7%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7·8월 통과율은 30%대에 그쳤다. 7월에는 16건 중 11건, 8월에는 15건 중 10건의 작품이 탈락했다. 특히 지난 7월 심의에서 떨어진 미술작품 3건은 8월 재심의에도 똑같이 탈락했는데, 모두 작품성이 아닌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였다.

 

 지난 7월 인천시 조례 시행 이후 통과율 낮아져


서울시‧경기도를 벤치마킹한 인천시는 올해 7월부터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및 관리 조례’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심의위원 구성도 바뀌었다. 조례 시행 전에는 80명의 전체 심의위원 풀단에서 매달 각기 다른 위원을 10명 이하로 뽑아 심의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매번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는 50명의 풀단에서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2명 등 3명을 고정해 심의하고 있다. 특히 이달 진행한 8차 심의는 고작 7명의 위원들이 심의를 맡았다.


반면 서울시‧경기도는 지난 2017년과 2019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고정하는 심의제도를 도입했다. 건축물 미술작품에서 유사한 작품이 나오는 등 심의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통과율이 급격히 낮아졌고, 한때는 미술작품이 아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작가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그나마 서울시‧경기도는 심의위원을 공모하고, 투명한 명단 공개를 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기존 심의위원을 50명으로 추렸을 뿐 명단 공개도 하지 않는다.

 

또 심의 통과에 평균 70점을 넘기면 되는 서울시‧경기도와 달리 과반 이상의 위원들에게 70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해 심의가 더 엄격하다.


그만큼 일부 위원들에 의해 심의가 좌우될 개연성이 큰 셈이다.

 

이성옥 미술인의 권리를 위한 제도개선 운동 태스크포스(TF) 공동위원장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부작용이 많았던 제도를 인천시가 왜 그대로 답습하는지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심의위원회 구성 방식과 심의기준 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의에 들어오는 작품의 유형에 맞게 실무 경험이 있는 전공자가 심의를 맡아야 한다”며 “일관성 유지를 위해 위원장, 부위원장 등 고정직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은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공무원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색 바랜 ‘1% 미술품’ 제도


인천지역 작가들은  ‘1% 미술품’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건축물 미술작품의 심의 통과가 어려워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작가들에게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심의에 통과하지 못한 작품은 위원들의 요구에 맡게 보완을 진행한다. 이를 위한 그래픽 작업에만 200만~3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작품이 심의에서 부결되면 작가들은 이 돈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작가 A씨는 “서울시‧경기도에서는 이미 심의위원들과 인맥이 중요해졌다. 심의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고정돼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시공사에서도 심의 통과가 잘되는 작가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겼고 결국 입소문을 탄 작가에게 일이 몰린다”고 지적했다.


작가 B씨도 “작품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 심의 탈락 사유로 작용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원들이 심의를 하는 게 아니라 심사를 하고 있다”며 “이미 수차례 협의를 거쳐 시공사와 조합원(주민) 등의 동의로 결정된 작품이 발목 잡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폐해도 우려된다. 심의에서 떨어지면 건축주가 작가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심의가 나지 않는 작품 때문에 건축물의 사용허가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준공 일정이 촉박해지면 미술작품 설치 대신 작품가격의 70%에 해당하는 돈을 중앙정부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해 대체하기도 한다.

 

작가들의 창작환경 보장과 시민들의 문화 생활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시민들의 미술작품 접근성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심의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며 “엄격해진 심의로 통과율이 낮아졌지만 앞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결될 것으로 본다. 내년 7월부터는 심의위원을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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