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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자발찌 살인마…‘성범죄자’ 관리시스템 재설계를

발찌만 채워놓고 괴물 취급, 어설픈 감독이 흉악범 만들어

  • 등록 2021.09.01 06:00:00
  • 13면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한 성범죄 전과자가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행 ‘성범죄자’ 관리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전과 14범인 강모 씨는 특수강제추행 등으로 15년여를 복역하고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연쇄 살인마 행각을 벌였다. 여기저기에서 온통 전자발찌 탓만 하느라고 또다시 ‘성범죄자’ 관리 전반의 허점과 부실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전자발찌 채워서 무구한 국민 속에 섞어놓고 괴물 취급만 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모 씨는 지난달 27일 도주 전후로 40~50대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첫 번째 범행은 감시 사각지대인 자신의 집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평소 범인과 면식이 있는 여성들로서 일단 성폭행 거절, 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의 도주를 알게 된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행방을 쫓았지만 미흡한 초동 공조로 그가 자수할 때까지 체포하지 못했다.

 

전자발찌의 부실 문제가 대두되자 법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겠다는 상투적인 대안을 내놨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매년 10여 건 정도 전자발찌 훼손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달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으며 이 중 2명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의 재범 건수는 292건에 달한다. 그러나 전자발찌는 위치추적에만 한정될 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잠재적 범죄자가 위치추적 사실을 알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범행을 포기하길 기대하는 방법일 따름이다.

 

제아무리 성능이 좋은 전자발찌를 채운다고 해도 성범죄자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실하고 전 근대적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국내에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는 4847명이지만, 감시인력은 281명으로서 1인당 관리 대상이 17명이 넘는다는 현실부터 어이가 없다. 더욱이 착용자의 외출 금지 시간의 당직자는 혼자서 100명을 관리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전문가들은 성범죄 전과자들을 관리하는 데는 관리관과 대상자들과의 라포(rapport·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수준의 인력시스템과 전문성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전자발찌 관련 정보가 경찰이나 지자체, 지역사회에 제대로 공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성범죄자를 괴물로 분류, 발찌를 채워 불투명한 공동체 어항에 넣어놓고 어설프게 감시하는 방식이라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욕구 통제력이 약한 사람을 단순히 성으로부터 강제분리하는 방식의 효능에 대한 정밀분석도 필요하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최근 5년간 303건에 이른다니 전자발찌가 우범자의 범의(犯意)를 오히려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관심을 갖고 성범죄 전과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며 스스로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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