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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재미있는 仁川 25 - 수봉산의 이력

 수봉산(壽鳳山)의 이력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휴식이라고 볼 때 산은 도시민들의 귀한 안식처다. 전쟁으로 인해 피난민이 북에서 내려오며 마을을 형성할 때도 우선 산을 선택, 기슭에 거처를 만든 것이다. 동구 수도국산과 마찬가지로 미추홀구의 수봉공원 기슭도 복숭아밭을 빼고는 그들에 의해 주거 지역으로 형성됐다.

 

수봉산(壽鳳山)은 해발 104m의 야트막한 산이다. 부평의 등줄기라고 부르는 계양산과 같이 서해에서 떠내려와 생긴 산으로 동쪽 산줄기 외에는 삼면이 바닷물이 넘나들어 물속에 잠긴 것처럼 보이는 섬 같은 산이다.

 

지금의 인천광역시 중구, 동구 그리고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를 과거에 행정구역상 다소면(多素面)이라 불렀다. 다소란 ‘물웅덩이가 많아 물이 풍부해 농사가 잘 되는 터’라는 뜻이고, 다소를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었는데 그 이름이 다랭이 마을이었다. 다랭이는 곧 다남(多男)을 뜻하는 말로 아들이 귀한 집 규수들이 아들 낳고 싶어 치성을 드렸다는 구전이 아직도 남아있는 영산(靈山)이다.

 

수봉산(壽鳳山)은 원래 수봉산(水峯山)이었는데, 물 수(水)가 목숨 수(壽)로 바뀌며 봉 자도 산봉우리 봉(峯)에서 봉황 봉(鳳)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물과의 인연을 설명한다면 승기천의 발원지가 수봉산 남서쪽 60고지 근처 독정이 고개 쪽에서 내가 흘러 들어간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수봉산이 인천의 다른 산에 비해 특이하다면 호국의 영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1972년 8월 15일 응봉산(자유공원)에 있던 현충탑을 이곳 정상부로 옮겨 현충일 행사를 매년 거행하게 되면서부터다.

 

이 탑은 자유공원에 있을 때는 충혼탑이라 했으며 1953년에 건립된 것이다. 반면 수봉산에는 ‘통일관’이 있어 인천 학생들의 반공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쪽 편에는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해 1980년 9월 15일 세운 인천지구 전적비가 있어 6·25 전쟁 전몰장병을 기리는가 하면 실향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모신 망배단도 있다.

현충탑을 위시해 재일학도의용군 참전비 등으로 수봉산은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간직한 호국의 산으로 변모하게 됐다. 1983년 인천직할시로 변함과 아울러 같은 해 9월 22일에 인천문화회관을 개관하면서 초, 중, 고 학생들의 학생백일장과 사생대회가 때마다 열려 수봉산은 문화지대로 변환기를 맞게 됐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전수관도 있어 연중 상·하반기 전국 무형문화재 초청공연을 진행하며 문화공원의 이미지 창출에 기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갈래의 오르는 길이 있지만 제물포역 앞의 큰 대로에서 오르는 주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불편함이 없다. 길 오른편에 부용사(芙蓉寺)가 있어 어쩜 수봉산을 지키는 사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래 작은 암자였던 부용사는 1924년에 초대 주지 만선에 의해 세워졌으며, 나한전은 6·25 전쟁 3년 뒤에 세워졌고 대웅전은 1999년 증축했다. 득남을 원하는 처자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입소문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고아들을 받아 동자승으로 입적시켜 보살피는 등 지금도 사회의 공익에 헌신하는 선원(禪院)이다.

 

수봉공원 소재의 행정동명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숭의4동이다. 이 숭의동은 일본식으로, 원래 우리의 옛 이름은 장외리다. 이 장외리에 가장 특이한 사항은 양조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봉로를 따라 수봉공원으로 가는 갈레 길에 있던 와룡소주는 1950년대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이나 맛을 아는 소주다. 와룡소주의 양조장에서 고구마를 삶는 듯한 달달한 냄새가 났으며 겨울에도 하얀 수증기를 뿜어댔다 1960년대 저수지가 있었다는 기록, 수봉산의 수(水)자 등을 보면 수봉산에 물이 있었을 거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인천광역시의 주산은 문학산과 계양산이다. 수봉산은 중구의 응봉산과 마주보며 있는 작은 산으로 문화의 지역색을 잘 나타내며 주민을 잘 아우르고 있다. 개발의 논리로 그나마 남아있는 수림을 베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수봉산(공원)은 시민들을 위한 호국문화의 중심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김학균 시인·인천서예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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