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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해외 뉴스의 보도 기준

 

 

뉴스를 통해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처참하다 못해 끔찍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여객기로 올라서는 탑승 계단은 몰려든 인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휘면서 내려앉았다. 계단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올라 서 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언가를 붙잡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난간을 붙잡아보지만 이내 바닥으로 떨어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그 땅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였다. 목숨 건 탈출 행렬이 이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믿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하늘로 날기 시작한 수송기에서 사람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철조망 사이로 손을 뻗은 군인에게 기저귀를 찬 아이를 밀어 올리는 애타는 장면도 보았다. 언론이 전하는 아프간은 끔찍하게 비극적이다.

 

분쟁 지역 취재를 전문적으로 해온 김영미 PD는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단편적 기사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아프간에 파병한 전력이 있고, 아프간 난민 해결을 위한 당사자라는 관점이 필요한데 한국 언론에서 이 같은 입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프간과 같은 전쟁 지역에 한국 기자가 나가서 직접 취재하기란 쉽지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특파원을 파견해서 취재하는 것보다 외신에 의존해서 보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방식이다. 위험 지역에 기자를 보내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사무실에서 외신 보도를 가공해 해외 토픽을 만드는 것이 가성비를 따져도 낫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공포정치, 여성 인권 탄압 관련 아프간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기사는 앞뒤 없이 탈레반을 악의 무리로 치부하는 외신 보도의 영향이 크다.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 의존도가 높다 보니 탈레반은 악이고 미군은 아프간을 구하는 입장에서 실패했다는 관점을 반복한다. 탈레반의 폭정을 주로 보여주는 방식도 문제지만, 외신에서 다룬 뉴스를 단순 인용하는 것에 언론이 그다지 주의가 높지 않기에 더 문제다.

 

“탈레반이 온건 통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하루 만에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는 보도에서, 숨진 여성은 탈레반에 의해 사망한 것이 맞다. 하지만 숨진 시점은 기사의 내용보다 훨씬 이전이었던 것으로 보도 이후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외신은 ‘오보’로 판정이 나지만 이 기사를 인용한 한국 언론 중에 정정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외신 보도는 취재나 확인이 어려워서 오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해외 토픽으로 다뤄지는 뉴스이니 조회수만 적당히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키운다.

 

아프간의 슬프고 폭력적인 사태에 대해 한국은 어떤 입장이여야 할까? 해외 뉴스의 보도 기준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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