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적 효율을 선호하는 시대다. 한가지 사업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정책적 효율이고 필요성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인천시가 인천 곳곳에서 추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예술인을 돕고, 미관도 개선하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여기에 특히 미추홀구에서 구현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사업은 동네 골목과 집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예술가를 도울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또 지역 주민과 소통을 통해 지역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예술작품을 조성하거나 주민 참여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주민 문화향유를 증진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개발이 아닌 특성을 살린 원도심 재생으로서도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7월 미추홀구도 우리동네 미술사업을 최종 마무리했다.
애초 목표는 어려운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였지만, 동네의 아름다운 변신과 그에 따른 주민공동체 활성화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또다른 효과였다. 미추홀구에서 구현된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사업은 우리동네를 어떻게 바꿨을까.
미술로 미추홀 골목에 숨결을 불어넣다
미추홀구는 지난해 9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사업에 참여할 작가팀을 모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가 주최하고, 미추홀구가 주관하는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은 장소지정형 2건, 작가자유형 2건 등 모두 4건으로 진행됐다.
참여를 희망하는 작가팀은 총 4건의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선택했으며 프로젝트 1건 당 10인 내외 작가팀을 구성했다. 그렇게 팀당 1억 원 범위에서 지원을 받았다.
작가팀은 숭의4동 주인공원 일대를 맡은 ‘미추홀 공존’과 용현2동 삼익아파트 일대를 맡은 ‘은하수미술관’, 숭의4동 수봉로길 일대를 꾸밀 ‘미추인’, 도화2.3동 제물포역 북 측 일대를 변신시킬 ‘제물포 퍼블릭 아트’가 각각 뽑혔다.
각 팀들은 동네 고유의 역사와 특징을 살리면서 지역 주민들과 융화될 수 있는 최적의 미술작품을 고심했다.
‘미추홀 공존’은 주인공원 일대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하수미술관’은 과거 이곳을 지나던 수인선 협궤열차 추억을 컨셉으로 선택했다. ‘미추인’ 역시 수봉로 길을 걷고 싶은 길로 만들기로 했다. ‘제물포 퍼블릭 아트’는 창의적 시각이란 색다른 주제를 설정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네와 얼마나 어울리는 지, 또 동네 주민들로부터 얼마나 공감대를 얻는지였다”며 “단순히 예쁜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골목이 주민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해 마을공동체 활성화까지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원 걷고 싶은 거리...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화의 공존
주인공원 일대에 그려진 벽화 특징은 다채로운 인물 그림 구성이다. 비류백제 시절 인물들과 현재 주민들이 손을 잡고 있거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그림과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장터 그림도 있다.
옛 주인선이 끝나는 지점에 세워진 ‘공존트리’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새집으로 나무를 형상화해 모든 것의 공존을 모색하는 조형물이다. 이미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수인선 낭만열차길
낙섬중로 현대연립 일대는 ‘행복한 마을 주민들’을 주제로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고, 아암대로와 낙섬중로 일부 구간에는 수인선 협궤열차와 주민들의 생활사를 벽화로 구성했다. 협궤열차를 닮은 벤치도 설치돼 있다. 능해길 일대는 과거 이곳 생활의 중심이었던 염전이 아름다운 색채로 형상화돼 있다.
#걸으면서 행복한 수봉로길
말 그대로 재미있고 행복한 길로 꾸며졌다. 수봉안길 옹벽 벽화는 크기에서 압도한다. 삭막했던 옹벽이 그림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수봉로 바닥 벽화는 트릭아트로 걷는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수봉로 일대는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로 구성돼 그림을 따라 걷는 코스처럼 변모했다. 수봉문화회관 뒷길로 가면 작고 둥글둥글한 돌 하나하나에 그림을 그려 뿌려놓은 것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는 길도 있다.
#제물포 퍼블릭 아트
주로 텅 비어있는 공간에 미술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이뤄졌다. 옹벽이나 굴다리 밑, 밋밋하고 어두운 임시건물 외벽 등에 산뜻하고 예쁜 그림들이 그려지며 동네 분위기 자체를 바꿨다. 몽당연필 모양의 이동식 벤치인 ‘꿈몽당 아트벤치’는 편의성 외에도 회색빛 거리에 신선한 색감까지 더해준다.
이들 우리동네 미술사업 대상지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걷기좋은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또 동네 주민들은 그림이나 조형물을 유지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인천지역 곳곳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특히 미추홀구는 의미가 남다르다. 인천에서도 대표적 원도심이지만 그 지역 역사와 특징을 살려낸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이 또다른 형태의 원도심 재생을 이뤄낸 것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사업의 본래 목적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지역 예술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동네가 아름다워지고 주민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사업 효과”라고 말했다.
[ 글 = 윤용해 기자, 사진 = 미추홀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