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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보수참칭 세력이 ‘참보수’는 아니다

 

1872년 통일 제국을 건설한 프러시아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는 부국강병에만 힘쓰지 않았다. 그가 의료보험, 보훈 등 사회보장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보수주의는 프랑스혁명으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지자 전통 가치를 지키고자 등장한 이념이다. 기존 체제가 흔들릴 때 애국심과 명예, 민족의 융성, 자유시장 경제 신봉의 기치를 들고 나온 보수는 진보에 맞서 국가 경영의 당당한 이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스마르크의 예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서구 보수정당의 이념적 지평은 우리 진보정당보다 오히려 훨씬 좌파적이다.

 

한반도에는 불행하게도 독일처럼 제대로 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적이 없다. 보수를 참칭한 비리세력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를 친일에 두고 있다. 해방 이후 미국의 냉전전략에 편승한 이들은 간판을 친일에서 반공으로 재빨리 바꿔달고 새로운 지배자 편에 붙었다. 그러나 외세를 뒷배로 한 그들의 최우선 작업은 반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더러운 전비(前非)를 샅샅이 알고 있을 ‘눈엣가시’ 항일 독립투사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독립투사들에 대한 고문과 암살이 해방된 조국에서 버젓이 벌어졌던 까닭이다.

 

한국전쟁까지 거치면서 민족 주체세력의 뿌리 뽑고 오만해진 이들은 자유당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에 올인하다가 ‘4월 혁명’으로 잠시 무너졌다. 보수가 불법과 비리, 병역기피, 탈세, 횡령과 배임 등 온갖 반칙과 특권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도 우리만의 특수한 민족사적 배경 탓이 크다.

 

민족 모순은 대를 이어 확대 재생산되었다. 항일운동가의 재산을 일제 충성의 대가로 받은 친일 분자들은 이 재산을 기반으로 자식을 교육시켜 판, 검사를 만들고 교수를 길러냈으며 재벌과, 군과 경찰을 쥐락펴락하는 정치인과 권세가를 배출해내어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가 ‘가짜 보수’ 임은 천하가 알고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체제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솔선해 목숨을 내놓는 진짜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항일운동에 전 재산을 바친 우당 이회영 가문의 여섯 형제 같은 이들이 ‘참보수’다. 민족정기가 바로 서지 않은 이 땅에서 보수의 개념은 이렇게 철저히 왜곡돼 왔다.

 

이제 참보수가 가짜 보수가 꿰차고 있는 자리를 되찾아 와야 할 때가 되었다. 보수참칭 비리세력이 마치 보수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된다.

 

제대로 된 보수의 탄생은 이 땅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해야만 가능하다. 진정한 보수가 당당히 등장할 때 진보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새가 두 날개로 날아오르듯 사람 사는 참세상은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가 건강한 긴장관계 속의 균형을 이룰 때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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