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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대체로 보는 걸 좋아하는데 K리그 팀의 서포터스를 한 적이 있고 국가대표 경기는 챙겨서 보는 편이다. 관람하는 것과 다르게 직접 공을 찬 경험은 초등학교 때 동네 꼬마들하고 뛴 게 마지막이다. 그때는 샌들 신고 축구하다가 발톱이 빠져도 아무렇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같이 공으로 운동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이후로 공을 차면서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관심사를 수업에 투영할 수 있다는 거다. 초등 교육과정은 세상살이의 거의 모든 과정을 커버하고 있어서 교과서 어딘가를 뒤적이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높은 확률로 들어있다. 그것도 아니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교사 재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과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수업의 내용이 편협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민주시민을 양성하는데 저해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것들을 수업시간에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교사의 장점을 한껏 이용해서 아이들이 자주 축구를 접하게 만들곤 했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두 그룹으로 팀을 나눈 뒤 나는 심판을 본다. 남자아이들만 따라 나올 것 같지만 여자아이들도 함께 나온다. 초등학생까지는 교사가 하는 일이라면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담임교사인 내가 심판으로 뛰면 여자 친구들도 시합에 같이 뛰었다. 아니면 아침 시간에 반 아이들을 일찍 등교시켜서 다 같이 축구 시합을 하고 1교시 수업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당연히 체육 수업시간에도 축구를 종종 했었다.

 

그렇게 가르치는 일로만 축구를 접하다가 얼마 전에 풋살을 시작했다. 작년부터 풋살 클럽에 다니는 친구가 만날 때마다 풋살이 얼마나 재밌고 신나는지를 말해주며 추천을 날리기도 했고, SBS에서 방송되고 있고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여자들이 공차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공으로 하는 놀이가 상상 이상으로 재밌다는 건 어렸을 때 경험해봐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등록했다.

 

2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을 지나서 공을 차보니 생각처럼 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렸을 땐 요리조리 공을 잘 찼던 거 같은데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한참 공을 따라 뛰어다니다가 골문 앞에서 헛발질한 순간에 체육 시간에 공 앞에서 버벅대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도 지금 나처럼 몹시 괴로운 마음이었겠지 싶어 잠시 숙연해졌다. 체육 시간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가르칠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까 뼈저리게 와닿았다.

 

교사가 되고 나서 어떤 일에 왕초보가 되는 경험을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가르쳐야 하는 일이라 뭐든 잘 알아야 했고, 특히 학생들 앞에서만큼은 모르는 게 있어서는 안 됐다. 그렇게 경직된 마음으로 교단에 서 있다 보면 가끔은 왕초보인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 수업방식에서 문제점을 찾기보다 아이의 낮은 학습 열정을 탓하기도 했었다. 축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런 불경한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패스 연결 성공 한 번에도 좋아! 나이스! 를 외치는 축구 코치님처럼 긍정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가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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