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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한가위에는 송편을 먹는다

 

 

한가위는 달빛이 가장 좋은 날이다. 아주 큰 보름달이 가을의 중간에 있다고 한가위이다. 햇볕의 도움으로 가을이 완성될 텐데 조상들은 어둠 속 달빛이 가장 빛나는 날 ‘中秋之月’를 한가위라고 했다. 가을의 중간이라고 하지만 초가을이다. 옥수수는 아직 여물지 않았고 벼는 지금부터 누릿해진다. 그럼에도 햇곡식을 조상들에게 먼저 드린다. 둥그런 보름달과 다시 일그러질 달의 인력(引力)을 보면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술 한잔 마시는 날이다.

 

고향에서도 한가위를 즐긴다. 한가위라는 말보다는 추석이라고 했다. 농촌에 시집간 언니가 햇 곡식을 가져오면 그것으로 제상을 차리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지금의 생활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난해서 어느 때가 나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추석에는 풍성했다. 추석에는 남쪽처럼 공휴일이 있고 배급이 공급될 때는 식용유에 돼지고기가 배정되었다. 미 공급에는 그런대로 밭에 풋 강냉이가 있었고 주런히(나란히) 붙어있는 하모니카 집들에는 덕대에 올린 포도가 익었고 지붕에는 둥그런 호박이 있었다.

 

고향에서도 남쪽과 마찬가지로 추석에는 송편을 빚는다. 북쪽 고향의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아주 크게 빚는다. 소나무 가지에 붙은 가시바늘 같은 잎을 뜯어 바닥에 깔고 송편을 주런히 세워놓고 찐다. 함흥과 원산의 중간지점에 있었던 내 고향에서는 송편 속으로 팥이나 줄 당콩을 넣는다. 함경북도와 량강도 지역에서는 양배추나 채소를 넣어 송편을 빚는다. 이것을 입쌀(쌀)만두, 또는 밴새라고도 한다. 중국 도문에 있을 때 처음으로 무를 넣은 송편을 먹었는데 그 맛이 팥을 넣은 것보다 훨씬 좋았다.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어우러져 씹는 식감이 절묘해 궁합이 잘 맞는다.

 

한가위에 고향에서는 남쪽처럼 늘어선 귀향길은 없고 대부분 가까운 곳에 조상의 묘를 두고 있다. 아침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에 깨끗한 보를 씌워 산소를 찾는다. 간단하게 식을 올리고 끝나면 그 자리에서 음복을 한다. 산소 근처를 지나는 사람이 음식을 요구하면 그냥 주어야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저녁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으며 한가위를 즐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는 말처럼 이날만큼은 누군가에게 나눌 것이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올해에는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로 추석이 예전 같지는 않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다시 고향으로 가겠지만 죽어서도 살아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추석이라 딱히 갈만한 곳도 없고 망향제를 지내려 먼 거리를 다녀오기도 귀찮아진다. 한가위라고 마음까지 풍성한 건 아니다. 마음의 반쪽을 잃은 사람들에게 한가위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반가위이다. 고향으로 갈 수 없으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조상님과 대화하는 날이다. 한가위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으며 술 한잔에 취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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