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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때때로 하늘을 보는 이유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는 지면이 아까워 생각하고 생각하다 삽입한다.

 

저녁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H 회사 대표 금천(錦川)과 한정식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무렵 나는 말문을 열었다. 이 고장 원로 언론인이 낸 산문집 『흔적』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의 글을 아래와 같이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의 서사이다. 저자로서 전 언론인 최 씨는 요셉 아버지와 같이 K 대학을 다녔다. 그의 친구는 가정교사를 하였고 가르치는 여학생과 아이를 갖게 된다. 그리고 군에 입대하여 지내는데 산월달이 다 되어 면회를 온 그녀와 외박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자취방에서 혼자 아들을 받고 바로 귀대할 수는 없는 일, 그는 귀대가 늦어져 탈영병으로 군대에서 영창살이를 한다. 사회에 나와 보니 본인은 전과자요 그의 아버지는 6·25 때 부역자였다. 취업이 될 리 없었다. 그는 어린 아들 요셉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칠순을 맞고 팔순의 생일잔치는 고국에서 하겠노라고 언론인 친구 최 씨와 약속 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 한 달여를 남기고 요셉 아버지는 끝내 미국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죽기 전 언론사 친구 최 씨를 미국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여러 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어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자네는 고향의 하늘을 볼 수 있어 좋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소식도 없이 가고 만 것이다. 그의 부고를 알리는 아들 요셉은 아버지의 유언이라며 고국의 흙 한 주먹만 보내 달라고 한다. 아버지의 유언 따라 그 흙을 유골함에 넣어 보관하겠다고 울먹이면서.

 

국민을 개(犬)와 돈(豚) 같이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1%의 정신적 소유자인 고시 출신 공무원들과 자칭 엘리트 공무원들 그리고 부동산 투기로 이 땅의 선량한 사람들에게 살맛을 빼앗아버린 자산가들에게 큰 소리로 들려주고 싶다. 그래도 우리는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고. 아니 떠난 사람들도 고국의 하늘과 이 땅의 흙 한 주먹을 그리워하며 죽어가고 있다고.

 

친구들과 헤어진 다음 날 아침 나는 그들에게 ‘우리는 때때로 고향 하늘을 우러러볼 수 있고 흙 한 주먹쯤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으니 자주 만나 얼굴 보자’고 문자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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