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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언론 존재 이유 일깨운 노벨평화상

 

 

동남아시아 국가의 언론 상황과 언론인들의 자유언론 투쟁을 취재하고 기록한 ‘우리는 말하고 싶다’에서 필리핀 언론인들이 겪는 현실은 ‘살벌’했다.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필리핀 언론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 대가로 괴롭힘을 당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심지어 살해를 당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숨졌는데 온라인 뉴스매체 래플러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마약중독자를 죽이기 위해 돈을 받고 고용된 업자들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살인 청부업자와 경찰 사이에 커넥션이 있었다는 증언을 탐사보도로 내보냈다.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래플러가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며 오히려 여론을 호도했다.

 

래플러를 향한 언론사 탄압이 이어졌다. 2018년 래플러는 외국인의 언론사 지분 소유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법인 등록을 취소당했다. 래플러는 재무적 투자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외국인이 경영이나 편집에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래플러는 필리핀 대통령 지지자들의 온라인 공격과 정부의 잇따른 소송으로 폐쇄 위기를 겪고 있다.

 

진실을 보도하는 대가로 견뎌내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디어 킬링’, 즉 언론인 살해의 위험도 심각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중에 “만약 그가 개 같은 X라면, 언론인이라 할지라도 암살이 면제될 수 없다”는 것처럼 언제든지 고용된 킬러에 의해 살해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필리핀은 언론인으로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들 중 하나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하는 세계불처벌지수에서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멕시코에 이어 필리핀은 7위를 차지했다. 언론인 살해 사건 중에 피의자가 전혀 처벌을 받지 않고 미해결로 남은 사건의 수를 인구 대비 백분율로 계산해 순위를 매긴 결과다. 필리핀에서 언론인 살해는 공공연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나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일 노벨위원회는 래플러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국장을 2021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레사는 두테르테 정권의 폭력성을 고발했고, 드미트리 무라토프 역시 러시아 푸틴 정권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벨위 선정 위원회는 “그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불리한 상황을 맞고 있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식에 레사는 지금처럼 언론이 중요한 적이 없었다면서 “사실이 없는 세계는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우리에게는 더 나은 언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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