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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의 징검다리] 수월성교육, 특권학교형에서 위탁학교형으로!

 

우리나라의 2367개 고등학교 가운데 학생선발특권을 보장받아 입학경쟁을 유발하는 ‘특권학교’는 많지 않다. 2025년부터 사라질 운명의 외고, 자사고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예체고, 마이스터고를 제외하면 영재고 8개교와 과학고 20개교가 전부다. 영재고와 과학고 입학생은 매년 2700명, 재학생은 8000명 선이다. 이 순간에도 전국의 중3학생 44만 명 중 성적상위 10% 학생들은 영재고와 과학고 입시경쟁과 사교육에 매달린다. 고교입시경쟁과 입시사교육을 없애려면 자사고, 외고 폐지에 이어 영재고와 과학고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은 1980년대 과학고 신설과 2000년대 영재학교 도입을 별 논란 없이 수용한 이래 지금까지도 의대진학만 막는다면 영재고와 과학고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영재고와 과학고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엄선해서 모아놓고 수월성교육을 시키는 현재의 방식이 인재양성에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는 아직도 굳건하다. 외고와 자사고의 학생선발특권을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하기로 관련법을 바꾼 문재인 정부가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학생선발특권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사회적 배경이다.

 

영재고와 과학고를 뒷받침해온 우리 국민의 사회적 합의는 두 특권학교 유형을 통한 수월성교육이 공공복리 관점에서 폐단보다 이점이 크다는 대전제위에 서있다. 하지만 그 대전제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공신력 있는 통계수치로 확증된 건 아니지만 전국의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재학생 중 절대다수가 서울 기타 대도시의 ‘강남 출신’, 즉, 소득중상위권 출신이나 사교육특구 출신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재학생이 5대 1 수준으로 남학생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수학과학영재의 씨나 과학기술인재의 씨가 지역과 부모,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뿌려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영재고와 과학고 학생의 부잣집 편중과 ‘강남’지역 편중, 남학생 편중은 특권학교형 수월성교육이 신분대물림과 지역불균형발전, 경제양극화경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더욱이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업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을 치열한 입시경쟁교육으로 내몰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강화한다. 이렇듯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면 인재양성에 필요한 수월성교육을 특권학교를 운용해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은 영재학교와 과학고 등 수월성교육을 위한 특권학교를 폐기하고 영재고와 과학고 시설을 우수한 지역학생의 수월성교육 위탁학교로 전환해서 지역의 보다 많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수월성교육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수학과학영재와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수월성교육기회는 반드시 지역인구에 비례해서 또한 최대한 소득분위에 비례해서 고르게 제공되어야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수월성교육이 고교입시경쟁과 선행사교육비를 초래하지 않고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양극화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이제 더 많은 우수학생, 특히, 더 많은 중하위층 출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공정한 위탁학교형 수월성교육시스템으로 일대 전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