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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역사학은 인문학인가?

인문학의 위기(3)

 

 

대학에서 역사학과는 대개 인문계열에 소속되어 있다. 역사학을 인문학의 범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사철을 떠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학은 정말 인문학인가? 역사학자들이 인문대학 등 인문계열 소속으로 되어 있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굳어진 인식이다.

 

역사학을 인문학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역사에는 일관된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대신에 인문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교양인의 조건에 인문학과 예술은 필수이지만, 자연과학이 배제되는 건 우습다. 자연현상의 이치에 대해 무지하고도 교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학자나 철학자들이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인문학을 지배계급의 넓은 교양으로 간주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19세기 유럽의 분위기에서 등장한 실증사학의 영향이 크다. 역사를 단순히 사실의 집적과 나열로 인식하는 것이다.

 

역사학의 대상은 인류사회의 발전과정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모여 살게 된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역사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역사학의 대상이 그러한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역사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은 왕조의 역사와 국가들 사이의 전쟁의 역사가 차지하고 있다. 인류사회의 역사가 이것뿐이라니 말이 되는가?

 

문화사, 경제사, 자연사, 과학기술사, 수학사, 문학사, 철학사, 미술사, 언론사 등 전공분야별로 역사를 정리하기도 한다. 역사학에서는 이 분야들을 사실상 다루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류사회의 역사요, 역사학이라고 하는 게 정상일까? 역사학은 이 분야들의 종합이어야 한다.

 

역사는 변증법의 원리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변증법의 대전제는 변화와 연관의 법칙이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보다 크며, 부분들 사이에는 유기적 연과관계가 작동하는 가운데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부침을 거듭하며 발전한다. 분야별 역사 어느 것이든지 다른 분야와 무관한 게 없고, 전체 역사에서 유리되어 고립된 섬처럼 발전해온 것도 없다.

 

역사학은 사회과학이다. 인류사회의 역사를 탐구하는 학문이 사회과학의 정체성을 갖는 건 자연스럽다. 사회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은 역사발전의 법칙을 규명하고 그 법칙에 따라 역사를 서술한다. 사실들을 모아놓으면 사실이 스스로 말한다는 소위 실증사학의 주장은 허구다. 원시인류가 모여 살면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살피면 패턴이 발견되고 법칙이 형성될 것이다. 그 가운데 경제, 기술, 과학, 미디어 등의 분야별 역사가 전체의 변화와 발전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는지 살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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