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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대선 후보들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가 시대정신

 

 

열망보다 허망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지금과 같은 대선 상황이 있었을까? 이즈음 여론조사 결과가 심상치 않다. 대선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각각 60% 선으로 호감도보다 대략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권주자 개별 호감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32%, 홍준표 31%, 윤석열 28%' 순을 기록한 반면 비호감도는 '윤석열 62%, 이재명 60%, 홍준표 59%' 순으로 나타났다.

 

대선 국면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이다. 새 시대정신으로 지난 시절의 한계를 극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에게 투영된다. 그런데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2배가량 높다는 것은 그들에게 희망을 접었음을 뜻한다. 요컨대 유권자들은 가장 큰 열망으로 정권 교체를 들고 있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대선 후보가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새 비전을 제시해도 먹히지 않는다.

 

이 심각한 위기는 후보들의 구태에서 온 게 아닐까? 후보들은 상대방의 부패와 비도덕성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버린 지도 모르고 이전투구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편견 중 하나는 인물을 바꾸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념이다. 부패한 후보라 하더라도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고, 무능한 후보라 하더라도 부패는 없을 것이라는 열망으로 이명박과 박근혜를 선택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모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지금 상황은 특별한 경우다. 이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다.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 보통 사람들의 평균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는 비도덕적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정치시스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무엇부터 손질해야 할까? 근본적인 한계를 먼저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의 정치 모순은 대의제에 있다.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준 루소의 『사회계약론』 구절을 잠시 상기하자. "주권은 양도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대변될 수는 없다." 사회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시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우리의 정치가 위기인 것도 명백하다. 실현가능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부터 추려서 밥상에 올려야 한다.

 

유럽의 경우 사회 곳곳에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가 깔려 있다. 권력의 분산과 권력을 상호 견제감시 할 수 있는 제도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정치기구들에서 창의적으로 현재화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작금 대선 후보들에 대한 전례 없는 높은 비호감도는 이런 상상을 자극하는 것이다. 허망은 열망에서, 열망은 상상에서 오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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