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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의 미디어깨기] ‘무정부’ 미디어의 시대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공사로 있던 1787년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많은 신문업계 종사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서 제퍼슨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신문지’가 아니라 ‘국민 의견’ 소통의 창구로서의 미디어다. 그가 대통령 시절 신문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것은 일관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신문들이 ‘여론 통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제퍼슨이 오늘날 미디어를 보면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없는 신문’의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2021년 대한민국 최대의 화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인이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한국과는 별 관계가 없다. 넷플릭스의 ‘하청’을 받은 한국인 제작자가 제작비를 받고 만들어 ‘납품’한 것이다. 한국정부가 이 넷플릭스에 드라마의 수익이나 저작권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오징어’가 보여주는 것도 국경과 국가의 경계가 사라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권력(VIP)과 승자독식의 비정함이다.

 

근대 신문은 전제군주제 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왕권을 견제하고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서유럽에서 처음 등장하여 세계화되었다. 근대 국가들은 용지공급, 우편지원, 세제혜택, 정부광고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신문업계를 지원했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했다. 그 과정의 산물이 저널리즘이라는 공론장 기능, 미디어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주변에서 대한민국의 신문과 방송과 같은 ‘레거시 국적 미디어’가 저널리즘과 공익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언론인데 사익추구에 덜 몰두했으면, 기득권세력과 덜 유착했으면 하는 최소한의 ‘착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지난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낸 '2021년 미디어 및 언론관련 논란 이슈들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를 보면 언론들이 집단으로 들고일어나 좌초시킨 ‘언론중재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규제)에 대해 74%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요 신문의 발행부수조작에 대해서는 78% 이상의 국민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절대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가짜뉴스규제법’은 통과시키지 못했고, 부수조작을 일삼고 있는 신문사 규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류 신문지는 이미 국가체제 밖의 ‘무정부 미디어’인 셈이다.

 

이렇듯 한국의 주류 미디어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국가체제 밖으로 나가고 있고, ‘글로벌 미국 미디어’는 애초에 우리와 무관한 초국가-무국적 ‘미디어 제국’이다. 문제는 우리 각 개인이 이러한 무정부 미디어 세상, 오염된 정보의 바닷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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