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영묵의 미디어깨기] 블랙리스트의 ‘추억’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BTS에서 오징어게임까지’라는 제목으로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이 세계 문화계의 ‘거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겨울연가’에서 소녀시대로 이어져 온 짧지 않은 한류의 역사,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콘텐츠 성공 사례에 대한 빠른 벤치마킹,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불평등 확대와 계급갈등과 같은 보편적 소재의 적절한 활용 등을 꼽았다.

 

그럴듯한 분석이지만 한류 성공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의 문화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DJ정부 등장 이후 민주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시민 공론권 확대, 그리고 2016년 이후 촛불혁명에서 찾아야 한다.

 

‘한류’라는 말은 1999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문화부는 한국 대중음악 해외 홍보를 위해 ‘한류(Song from Korea)’라는 제목의 음반을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 그 결실로 2000년 무렵 H.O.T.와 보아가 중국과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고, 이어 드라마 ‘겨울연가’(2002)와 ‘대장금’(2003), 영화 ‘살인의 추억’(2003)과 ‘올드보이’(2004)와 같은 걸작들이 쏟아져 나와 한류 세계화 시대를 열게 된다.

 

하지만 2008년 MB 등장 이후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10년 동안 한국문화 콘텐츠는 활력을 잃는다. MB정권은 언론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기본권을 악랄하게 억압했다. 공영미디어는 장악하고 수구신문지와는 철저하게 유착했으며, 인터넷 공론장은 세무조사와 미네르바 구속 등을 통해 봉쇄한다. 박근혜정권은 종편을 허가한 데 이어 노골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 인터넷 도감청이 일상이 되었고 ‘사이버망명’ 붐이 일기도 했다. 진보적 지식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생존권을 위협받았다.

 

한류가 다시 꽃피기 시작한 것은 촛불 혁명 이후다. BTS는 2017년 후반 이후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무대를 주름잡기 시작했고, 봉준호 감독은 2019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봉 감독은 수구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었던 대표적 인사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한 칼럼에서는 ‘기생충’의 수상을 한국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현재 ‘킹덤’ ‘승리호’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많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쟁취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결실이다.

 

제20대 대선에 나설 여야 후보가 확정되었다. 무도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 코트만 갈아입고, 기레기와 조중동을 앞세워 다시 권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2022년 3월 9일 또 한 번 갈림길에 서게 된다. ‘기본’이 보장되는 ‘대동세상’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는 ‘새로운 중세’로 회귀할 것인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