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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검찰 공화국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는 두 가지 지점에서 역대 선거와 차별적 특징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출마 후보에 대한 지지 양상이 기이하다는 점이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후보자와 그의 정책에 대한 평가 이벤트 아닌가. 그럼에도 이번의 경우 그 같은 핵심 변수가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라.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이 기본적으로 없었다고 강변하고 주 120시간 노동제를 입에 담는다.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며 육체노동을 비하하고,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보자 자신이 대리고발 사주 의혹에 얽혀있고 가족들이 줄줄이 형사 사건에 연루되었다. 장차 퍼스트레이디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은 적나라한 논문 표절과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여 있다.

 

11월 10일에는 굳이 오지 말라는 5·18 민주묘역을 방문하여 또 사고를 쳤다. 방명록에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다는 문장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쓴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반드시'를 '반듯이'로 잘못 알고 적은 게다. 초등학생 받아쓰기에 나오는 수준의 한글 맞춤법을 모른다는 뜻이다.

 

둘째는 (설마 믿어지지 않지만) 광주민주화항쟁을 기리는 5월 정신이 일그러지고 비뚤어졌으니 자기가 ‘반듯하게’ 세우겠다는 의미다. 스스로 입으로 전두환의 치세를 칭송한 인물 아닌가. 한마디로 주제넘은 발언이다. 둘 중 무엇이 해당되든 간에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기초적 자질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보 확정 후 컨벤션 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그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기록 중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는 간명하다. 이번 선거의 본질이 문재인정부에 대한 심판 투표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표면화된 민심이 그러했다. 두 거대 도시의 시장 당선자들은 최악의 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걸 알고도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지지표를 던졌다. 이 분위기가 대선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이 지난 2007년 대선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질문이 상징하듯 심각한 부패 의혹의 한복판에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득표 차이 500만 표, 투표율로는 2위 정동영 후보에 22.4퍼센트를 앞서는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최악의 허풍선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당선된 케이스도 이와 유사하다.

 

어떻게든 이 흐름을 막아야 한다.

 

내년 대선의 두 번째 특징은 보혁(保革) 간에 유례없이 격렬한 진영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관련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어떤 다큐멘터리다. 《위기의 민주주의》란 제목의 브라질 영화 말이다. 넷플릭스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걸로 알려졌다. 2019년 진행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의 전말을 다룬 스토리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등골이 서늘했다.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브라질 개혁세력과 수구세력이 사활을 걸고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기할 것은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진보 정치인들이 언론과 사법제도를 무기화한 기득권 카르텔의 조직적 반격 앞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이다. 그러한 대결의 귀결이 무엇이었던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태연히 늘어놓는 수준 이하의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브라질 대선은, 극단적 진영 간 충돌 후에 등장한 함량 미달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쳐갈 것인지를 예시해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복지 전 영역에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반동의 쓰나미가 세상을 휩쓰는가를 선명히 보여준다.

 

영화에서 내레이터로 직접 등장한 감독은 해당 선거 승리의 주역으로 3B를 거명한다. The Bible(극우 종교세력), The Bullets(군부세력), The Bull(자본 기득권)이 그것이다. 만약에 윤석열 후보의 승리가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주역들의 구성도 비슷할 게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군부세력’을 대신해서 등장할 세력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바로 검찰이다.

 

뉴스에 윤석열 캠프 주요 인사들 소개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본다. 꼼꼼히 읽어보면 역대 여느 대선후보와도 다른 지점이 발견된다. 캠프 내 공식직함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핵심 측근들로 전직 검사들 이름이 주루루 나온다는 게다.

 

사람들이 깜빡하고 있는 게 윤석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검찰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 불길한 구름처럼 포진하고 있는 자들이 퇴임 검사 무리라는 것이다(몇몇 현직도 포함해서).

 

지난 몇 년 간 많은 이들이 검찰공화국의 도래를 염려하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그 표현에는 어느정도 비유가 섞여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천에 하나 진짜로 윤석열 후보가 최고권력을 꿰차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세계 최초로 직전 검찰총장이 국가원수로 등장하는 희비극을 보게 될 것이다. 시험 잘 쳤다는 자격 하나로 무소불위 칼날 휘두르는 공무원들이 완벽하게 시민 위에 군림하고 통제하는 《검찰 천년왕국》의 도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은, 갑자기 뚝 떨어진 아침 기온 때문만은 아닌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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