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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여론(輿論)과 여론(與論), 그리고 유언비어

 

 

“한자를 쓰려면 확인을 해야지...” 지적하니 그는 의아한 표정이다. 저널리즘 글쓰기 강의에 제출한 리포트, ‘...여론(與論)을 무시하면 안 된다.’라고 쓴 것을 ‘輿論’으로 고쳐야 한다고 얘기해주니 그 학생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한참 보더니 “아, 글자가 좀 다르군요.” 한다. “그래도 발음은 같으니 그냥 쓰면 안 되나요?” 반문한다. 알아들으면 되지 않느냐는 항변인 셈이다.

 

여론 ‘여’의 한자는 수레 輿다. 차(車) 즉 바퀴 여럿인 수레를 여러 사람이 움직인다고 하여 ‘여럿’ ‘다수’의 뜻이 됐다고 푼다. 여럿이서 뭔가를 들어 올리는 그림글자 舁(여) 안에 車가 들어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여론이다.

 

조선시대 김정호의 지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輿이기도 하다. 수레(輿)처럼 만물을 실은 땅(地)이 여지(輿地)다. 이 말은 대지(大地)나 천지(天地)의 은유적 표현이다.

 

모양 비슷해도 ‘그냥 쓰면’ 안 되는 이유다. 그 리포트의 與자는 ‘주다, 패거리, 따르다, 편들다’ 등의 뜻이다. 이 與論은 사전에 없다. 굳이 해석하자면 ‘(누구를) 편들거나 따르는 의견’이다. 여건(與件)이 ‘주어진 조건’ 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조작 여론인 것이다.

 

‘주어진 의견’ ‘편드는 의견’은 상식적인 여론(輿論)과는 어그러지는 ‘생뚱 여론’이다. 큰 선거를 앞둔 시점, 일부 여론조사는 어떤 세력의 흑심이나 잇속에 흔들려 엉뚱한 수치를 내민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런 수치는 유언비어(流言蜚語)처럼 세상에 해롭다.

 

진시황의 진(秦) 나라 다음 B.C. 200년경 생긴 한(漢) 나라의 문헌에도 등장한다니 이 말 유언비어는 역사 오랜 사자성어다.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란 뜻이다. 흐르고(流) 날아다니는(蜚) 말(言語)이다.

 

요즘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 같은 속담도 설명이 쉽지 않겠다. 제 역할 잊은 일부 언론이 제왕(帝王) 자리 탐하며, ‘편드는 의견’을 꾸며 여론이라 불 피우고 부채질을 해댄다고 한다. 누가 왜 피운 연기인가? 뻔한 오리발에도 삿대질은 쉽지 않다. 가짜뉴스도 난무한다.

 

그렇다면, 그 언론의 구성원은 ‘권력기관’의 사병(私兵) 또는 가신(家臣)으로 봐야 하나? 사병 기자와 가신 언론인, 이런 현실의 언론동네이니 어쩌면 여론(輿論)이란 사전의 표제어를 아예 여론(與論)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심하다.

 

오래전 ‘유언비어의 사회학’이란 일본인의 책(1937년 刊)을 읽었다. 소문의 발생과 유통, 근거와 대책 등이 내용이었다. 음흉한 의도를 품은 유언비어가 ‘나쁜 여론’을 만드는구나,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일본은 그렇게 국민을 속이고는, 전쟁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