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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의 백령도 단상 - 백령도 업죽산과 송봉산

  산은 구릉이나 재(嶺, 峙)를 제외한 정상부가 있는 돌출된 지형을 말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언덕보다 높은 고도의 것을 산이라 규정하고 있다. 평야보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긴 세월 동안 산과 인연을 맺어 왔다.

 

인간은 배산임수의 산록완사면에 거주하며, 산은 숭배나 기복의 대상으로 신성시돼 왔다. 산을 숭배했던 사상은 반드시 신령이 있다고 믿는 일종의 원시신앙이었으며, 산에 대한 애니미즘(Animism)적 경향은 첨단 시대를 사는 지금도 우리 생활의 일부로 남아 있다.

 

이렇듯 고을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는 산을 진산(鎭山) 혹은 주산(主山)이라 하는데, 백령도에는 어떤 산이 있을까? ‘업죽산’이다. 유래는 확실치 않으나 산의 형태가 짐승의 업죽(?)같다 해 부르거나 일제강점기 때 산봉우리마다 기(旗)를 꽂았다 해서 ‘깃대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해발 184m로 섬 최고봉인 업죽산은 북풍을 막아주며, 중심지인 북포리를 중심으로 동으로는 진촌 용기포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두무진까지 산줄기가 동서로 뻗으면서 계곡과 구릉, 평지와 해안 절벽의 다양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과거 산밑에는 서낭을 모시고 사는 곳이 많아 이 고장의 영산(靈山)으로 여겨져 왔다.

업죽산의 과거 이름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김정호가 제작한 ‘청구도(靑邱圖)’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청구도에는 ‘봉산(封山)’, 대동여지도에는 ‘송봉산(松封山)’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봉산’과 ‘송봉산’은 어떤 의미일까?

 

봉산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나무를 베지 못하게 정해진 산이며, 조선시대의 경우 도벌(盜伐)·남벌(濫伐) 때문에 자원확보의 필요상 봉산의 수가 점차 늘어났다. 1734년(영조10) 봉산에 대해 임금의 명령을 정리한 ‘신보수교집록(新補受敎輯錄)’에는 봉산지역의 산허리 위로는 화전 개간을 못하도록 강조하고 있으며, 벌채 금지·화기 금지 등을 밝혀두고 있다.

 

따라서 ‘청구도’에 기록된 봉산은 임산자원 확보를 위해 붙여진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이번에는 1861년 간행된 대동여지도에서 업죽산을 송봉산이라 하여 ‘소나무 송(松)’을 추가해 기록했다. 소나무 보호와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甕津郡鄕里誌’에는 “소나무는 百木之長이라 해 수백 년 전에는 이 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가렸으며, 이 산에서 제사를 지내던 산이라 해 송봉산이라 했다고 전한다”고 서술하고 있어, 소나무가 많고 무슨 목적에서인지 제사를 지내고 있어 송봉산의 의미를 짐작케 한다.

 

결론적으로 봉산 혹은 송봉산은 국가적 차원에서 소나무를 보호하고 도벌 등 방지 목적을 위한 지명으로서 전국적으로 동명이산(同名異山)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백령도 송봉산의 소나무는 어떤 목적으로 보호됐을까? 이곳에는 황해도지역의 수군 요충지이자 군사적 목적의 백령진이 고려시대부터 설치됐던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레 해석될 수 있다. 즉 전선(戰船)을 만들기 위한 재료(소나무)를 확보하기 위해 지정·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섬 지역의 유사한 사례는 있을까? 조선 영조 때 만든 영남지도 남해편에 7개의 봉산이 표기됐으며, 대동여지도에는 남해도가 송봉산이라 표시돼 있다.

 

해발 184m로 높지는 않지만 백령도민의 마음 속 고향이자 영산으로 인식되고, 군사적 위치의 중요성으로 지어진 송봉산(松封山). 현재 군사보호구역으로 조선 후기의 정황을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이 애석하다. 이제라도 업죽산 본래의 의미와 중요성을 간직한 ‘송봉산(松封山)’으로 부를 때 백령도의 위상이 되살아 날 것이다./ 김석훈·백령중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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