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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한국이 가장 안전하대. 알아?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에는 ‘KOREA’가 두 번 언급된다.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피해 살아 남기 위해 보스턴으로 가려는 주인공들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배를 타겠다’고 말한다. 덧붙이기를 ‘거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극 후반에 이들은 실제로 한국으로 가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를 낳은 여주인공 G(조지아, 클로이 모레츠)는 두 다리를 잃은 아이의 아빠 샘(알지 스미스)과 함께 한국에서 온 요원 셋을 만나 갓 낳은 아이를 눈물과 함께 한국으로 보낸다.

 

특히 뒷 장면은 6·25 전쟁 후 숱한 전쟁고아를 미국으로 입양 보냈던 시대를 생각하면 이상한 데자뷔를 준다. 이제는 미국인들이 전쟁보다 더한 전쟁을 겪으면서 아이를 거꾸로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 AI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의 반란은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을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이상한 것은 한국 쪽에서 나온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의 복장과 스타일인데 이들 모습이 남한보다는 북한 사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디테일이 조금 떨어진다는 감을 준다. 그들에게는 남과 북이,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의 차이가 아직 구분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할리우드=미국 대중’이 현재 한국을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나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대우와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하자면 ‘마더/ 안드로이드’는 近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다룬다. 인공지능 로봇인 안드로이드가 스스로 진화해 인간을 멸종시키려 한다. 미국은 순식간에 초토화 됐고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얘기의 상당 부분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지은 『로봇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Rossum’s Univeral Robot』에서 가져왔다. 카렐 차페크의 이 소설은 1921년에 나온 것으로 인류 최초로 로봇이란 단어가 나오는 작품이다. 이후 모든 SF소설, 영화, 연극에 영감을 줬으며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대 걸작 『파운데이션』도 이 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 소설 『RUR』은 4차 혁명기라는 요즘 다시 재조명되고 있으며 이 작품이 지닌 요체가 영화로 쓰인 것은 이번 ‘마더/ 안드로이드’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인류는 결국 멸망하지만 영화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이와 남자친구 없이 홀로 포틀랜드로 향한다. 원래 이들은 매사추세츠 출신이었다. 조지아(G)와 새무얼(샘)은 안드로이드 공격으로 펜실베이니아, 뉴욕 등을 오가며 노 맨스 랜드(무인지대)를 목숨을 걸고 통과한 후 보스턴에 도착한다. 그러나 거기도 역시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받는다. 이곳 모두 미국 민주당의 아성의 공간이다. 미국이 현재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영화 속 ‘한국이 가장 안전한 나라’로 안다는 대사를 들으면 이상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우리 스스로를 가장 불안한 국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거의 순전히 잘못된 언론과 기득권의 정치세력, 일부 오염된 지식인 집단 얘기다. 이들이 유포시킨 가짜 뉴스는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왜곡된 세계 인식을 주입시켰다. 백신을 들여 올 준비 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도입이 제일 늦다고 투덜, 백신을 다량으로 들여오면 이번엔 예산을 낭비했다고 난리, 바이러스의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백신 주사의 회차를 늘리고 가속화하면 이번엔 또 그게 위험하다느니, 사람들이 백신 쇼크로 다수가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바깥의 사람들은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데 국내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한국이 가장 안전하지 못하며 그게 다 문재인 정권 탓이라며 이상한 목소리를 높인다. 이른바 반문 정서를 확산시켜 정권을 다시 가져온 후 보복의 정치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많은 국민들이 현혹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겠다.그러나 영화는 세상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영화에서 어떤 현상을 언급한다는 것은 이미 그 같은 생각과 행동 양태가 어느 정도 일반화됐다는 의미이다. 영화 속 몇 마디 대사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나 2시간 안에 세상을 담아내야 하는 영화는 단 한 줄의 대사가 갖는 비중이 매우 높은 셈이다. 이 영화에서 한국이 두 번이나 언급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좀 더 이성에 기대는 쪽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배운 자들이 하는 정치라면 무조건적인 불안 공포증을 만들어 혹세무민 하는 정치 양태를 보이면 안된다. 시대착오적이며 잘못된 권력 추구의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성 대 反이성, 지성 대 反지성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경우는 투표하지 않을 자유도 자유인만큼 어느 쪽 진영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식의, 유례없는 냉소와 조소의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싫다,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은 샤이(shy) 보수이거나 샤이 진보인 셈이다. ‘샤이’는 비겁과 위선을 의미한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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