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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전쟁과 폭력(戰爭 暴力)

 

  한 사람 한 사람의 육체 속에는 누구나 똑같은 신적 본원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한 개인이든 인간의 집단이든, 그 신적 본원과 육체의 결합체를, 즉 사람의 목숨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사람이 사람을 죽기는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사람을 죽인다면 그는 살인자이다. 두 사람, 열 사람, 백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그들 역시 살인자이다. 그러나 한 국가, 한 민족의 경우, 사람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살인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공이 된다. 되도록 많은 사람을 징집하죠 몇만 명을 살육하는 그건 이미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일까? 어째서 한 사람, 열 사람, 백 사람은 살인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괜찮다는 말인가? (아딘 발루)

 

  국방의 의무란 무엇인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젊은이가 신체적으로 성장하여 부모를 도울 수 있게 되면, 곧바로 그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서 옷을 벗기고 신체검사를 한 다음, 국민의 의무라는 이름하에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것, 명령을 받으면 누구든지 살해할 것을 맹세하게 한다. 그가 그 이성과 양심에 반하고, 종교의 가르침에도 반하는 맹세를 하면, 그에게 당장 군복을 입히고 총을 주어 사격훈련을 시킨 다음, 형제를 죽이라고 싸움터로 내보낸다. 그가 죽여야 할 사람들은 그에게 아무런 나쁜 짓도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본 적조차 없지만,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총을 쏘고 칼로 찌른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디에 있는가? 그의 가르침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기독교 국가 가운데 그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것은 교회와 같은 시설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불공평으로 가득 찬 법률 속에도 있지 않다. 이기주의에 침해당한 전통과 관습 속에도 역시 있지 않다. 그럼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 준비되고 있는 미래 속에 있고, 세상 구석구석의 모든 사람들을 뒤흔들고 있는 움직임 속에 있으며, 정결한 영혼과 올바른 마음의 정진 속에 있다. 그것은 또 모든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체제는 자비와 우애를 부정하는 악이요, 카인의 후예의 유산이며, 하느님의 영광 안에서 언젠가는 물러나야 할 망령과 같은 것이므로,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므네)
 
  민주주의 뒤에는 여전히 국가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나라마다 헌법에는 도리가 살아 있건만 국가는 언제나 법전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국가주의는 뭐냐하면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폭력주의에 들어가고 맙니다. 혁명에서 “폭력에 대하여는 폭력으로만”이라는 것이 표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의 혁명이 그랬고, 프랑스의 혁명이 그랬고, 러시아의 혁명은 더했고, 종교개혁까지도 폭력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기 변동이 생겼습니다. 무기의 발달이 극도에 오르고 전쟁이 규모가 끝까지 커지고 본즉 무기를 두고도 쓸 수 없고 전쟁을 하고 싶으면서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전쟁을 그만두느냐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멸망의 길을 택하느냐 하는 끝장에 올랐습니다. 시골뜨기가 양반이 쓰다가 벌써 내버린 감투를 뒤늦게 주워쓰고 출세나 했거니 하듯이, 이때껏 남의 무력 압박 밑에 신음하던 식민지 후진 약소국가들이라는 것들이 뒤늦게 해방이라고 되니 평생에 두려웠던 무기를 가져보는 것이 크게 잘난 듯해 남의 전쟁을 맡아합니다. 현대식의 돈키호테들이 해가 올라온 후의 도깨비처럼 세상도 모르고 그야말로 백귀야행(百鬼夜行)을 하지만 전쟁으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천하가 환히 알고 있습니다. (함석헌)/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