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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언론이 검증해야할 ‘사기 공약’


지하철이 없는 중소도시에 사는 한 구순 할머니는 자식에게 신세 지기 싫다며 텃밭에서 수확해 창고에 보관해둔 농산물을 손수레에 끌고 저잣거리에 내다 판다. 하루 3만 원 남짓 번다. 교통비는 왕복 버스요금 2900원(편도 1450원)이 든다. 


짚 옆에 지하철이 있는 수도권의 팔순 할아버지 한 분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집을 나선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지하철을 이용해 춘천, 인천, 동두천, 여주, 아산까지 주요 지역을 찾아 다닌다. 물론 교통비 무료다. 1만 원 들고나가면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고 귀띔했다. 복지 차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지하철이 적자에 시달려도 무임승차 연령 조정 등 해결책을 말하는 후보는 없다. 오로지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개발 청사진만 난무한다. 


충청의 후예고, 경상도의 자식이며, 호남이 사위를 들먹이지만 지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없어 보인다. 정의의 화신처럼 처신하지만 지지율이 4위에도 못들자 후보사퇴라도 할 것처럼 칩거에 들어갔던 후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공정과 균형은 다 구두선이다. 유권자가 가식을 폭로하고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에 환호하는 이유다. 


‘“GTX 속지마세요”···B·C노선 삽도 못 떴는데 E·F까지 남발’. 한국일보가 27일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검증기사를 냈다. 제목에 ‘속지마세요’라고 했다. ‘사기’라는 소리다. 유권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신문도 나섰다. 지난달 19일자 1면 머리기사로 두 후보의 GTX공약을 ‘부도수표’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GTX-A 노선(동탄-수서-고양)도 계획했던 2024년에서 4년 늦춰진 2028년쯤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기도민에게 더없이 좋은 공약을 맹공하고 나선 건 신문 입장에선 모험이다. 이들이 독자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언론의 본질을 실천한 본보기다. 


두 기사는 후보자의 발언이나 선거 캠프의 일방적인 상대 후보 폄하 성명, 대선 후보에게 ‘나 이렇게 하고 있어요. 봐주세요!’라며 온갖 아양을 떠는 폴리페서들의 패설을 전하는 받아쓰기 보도 관행에 경종이기도 하다. 새해 들면서 온 나라를 부동산 광란으로 몰아넣었던 수도권 집값이 안정돼 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두 유력 후보의 GTX 공약은 경기도 전체를 투기의 화염에 휩싸이게 할 위험한 불장난이다. 


두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에 ‘단독’이 거의 없다. 표만 되면 베낀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표절한다. 공약만으론 북한문제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 조차 힘들다. 국민들에게 ‘당신들이 어쩔래. 그래도 우리 둘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잖아!’라는 투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숙원이었던 지방자치를 실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외치며 행정수도를 이전했다. 이 분들의 국토균형발전 철학, 일말이라도 20대 대선후보들이 배웠으면 한다. 야무진 언론이 있어야 가능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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