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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김혜수 "소년범죄에 대한 대화 시작점 되길"

냉철한 판사 심은석 역…"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 시작하게 돼"


 

 

배우 김혜수(52)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소년범죄를 다루는 법관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김혜수는 4일 화상 인터뷰에서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큰 작품이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한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혜수는 성인이 아닌 소년이라도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신념을 가진 판사 심은석을 연기했다.

 

그는 "심은석은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물인데, 이 부분이 작품의 주제와도 밀접하다고 생각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소년범을 혐오하고 저주하는 것 같지만 (사건의) 실체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 이면의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상적인 판사"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혜수는 작품이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글로벌 순위 7위까지 오르며 호평을 받는 소감을 묻자 "소년범죄를 다각적인 시각에서 사회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된 것 같아 작품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 문제를 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함께 고민할 만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작품의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전달되도록 촬영 준비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소년재판을 직접 참관하기도 하고, 소년재판을 맡은 판사 1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드라마 속 초등학생 살인사건을 비롯해 한 가장을 사망케 한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사고, 시험지 유출사건,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의 에피소드는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연기할 때는 실제 사건에 대한 감정을 배제했다고 했다.

 

김혜수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은 판결이 (국민의) 분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판사가 저 모양이니까 우리 사회가 이렇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판사들을 만나보니 이들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과 무거운 사명감으로 고뇌하며 일하는지 느꼈다"고 전했다.

 

드라마에서 김혜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소녀범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묻어나지 않은 무심한 표정으로 등장해 아이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치고, 잔혹한 범죄에 차갑게 분노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괴로워하면서 10부작을 이끈다.

 

영화·드라마를 오가며 경찰, 변호사, 사기꾼, 마담, 톱스타, 주부 등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해온 그이지만, 이번처럼 웃음기 없이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한 캐릭터는 드물었다.

 

똑 부러지는 말투에 매서운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낸 김혜수는 "심은석에 집중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심은석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하면서 (동료 판사인) 차태준과 굉장히 대립해요. 차태준은 심은석에게 왜 이렇게 잔인하냐고 하는데, 저는 설득되더라도 심은석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리허설을 하면 흔들릴 것 같아서 리허설 없이 촬영하자고 할 정도로 심은석의 신념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어요.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방식도 드라이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데 힘들었죠."

 

김혜수는 마음에 와닿는 대사가 참 많다고 했다.

 

첫 회와 마지막 회에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며 선포하듯 내뱉는 대사나 '처분은 소년들한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대사 등에는 은석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김혜수는 "은석은 단순히 소년범을 혐오하는 캐릭터가 아니다"라며 "혐오는 하되 (소년범들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사로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 이면에 우리 사회가 범죄에 어떤 부분이 책임이 있고, 어른들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아이들을 책임 있게 이끌었는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대사"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은석은 소년범죄를 본성이 악한 소년들의 비행이라고 낙인찍지도 않고, 어른들의 무관심과 잘못에 비뚤어진 소년들의 일탈이라며 안쓰럽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범죄에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엄중하게 죄를 묻는다.

 

김혜수는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소년범죄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준비하며 법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판을 경험하고 나니 내 관심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감정적인 접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편협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을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범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요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소년범에 대한 의견을 지인들 간에 말해보는 대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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