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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외람되오나, 기자의 자세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정말 외람되오나”라며 질문을 시작했던 기자가 자신의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공식 해명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밝힌 해당 기자의 말인즉 “답변자가 윤석열 당선인이기 때문에 쓴 표현은 아니었다”고 했다. 평소 인터뷰 때에도 상대방이 누구든 난처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예의상 입버릇처럼 썼던 표현이었고 이 논란이 있고서야 적절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는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수위 관련 질문을 하고 그 뒤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살펴보면 1인 1질문 체제에서 질문을 연달아 했던 상황인지라 다른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차원이기도 해서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YTN ‘돌발영상’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한다.

 

기자는 당일 기자회견에서 주제와 맞지 않은 사안임에도 당선인에게 누군가는 질문을 해주길 바라던 것이었기에 분위기를 고려한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표현에만 주목하지 말고 질문의 전체 내용과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는 유리할 게 없는 압박성 질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외람되다’라는 말의 뜻은 ‘하는 짓이 분수에 지나치다’는 것으로 이 상황에 맞춰 생각해 보면 기자가 질문하는 것이 양해를 구해야 하는 행위인 것처럼 위축받은 느낌이 크다. 심지어 질문해서 죄송하다 싶을 정도여서 굳이 이런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 싶다. 이 표현을 두고 SNS에선 기자가 눈치 봐가며 취재하냐는 비난과 조롱의 댓글이 여럿 달리기도 했다.

 

선배 기자들의 무용담에선 취재원 업무공간에서 기죽지 않고 심지어는 호통까지 칠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요즘 기자들은 권력자 앞에서라면 알아서 자세를 낮추나 싶은 의심이 들 수 있겠다. 해외 기자는 기자회견을 하면 뭐라도 질문하려고 손을 치켜들지만, 한국 기자는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자판만 두드리고 질문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래도 되나’까지 말이 나온다.

 

외람되오나, 기자의 자세란 취재원이 ‘말하게’ 해서 기사로 옮겨적는 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열심히 받아치거나 녹음하듯 취재원의 말을 기록해 두는 것만으로는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따옴표로 옮기는 기사를 쓰는 일이 아닌 이상 질문으로 의문을 벗기고, 취재원이 말하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기자에게 더 중요한 일이다.

 

기자의 공손함이 지나쳤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다만 기자가 질문을 하지 않거나, 취재원의 말만 전하는 것이 좋은 뉴스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하지는 말아야겠다. 기자의 질문에 성의 없게 대답하거나 대답조차 하지 않는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훨씬 많다. 눈치 볼 것 없이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기자의 참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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