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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산시 도심 곳곳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무방비 노출’

무인점포 특성상 관리자 없어…신분증만 있다면 입장·구매 가능
출입제한 유명무실…청소년 통학로 한가운데 위치·대책 시급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무인성인용품점들이 청소년 통학로 한가운데 무방비로 노출 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인점포의 특성상 관리자가 없어서 성인인증(주민등록증)만 하면 출입부터 구매까지 자유롭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오산시 원동에 위치한 24시 무인 성인용품점. 시청사가 인접해 있고,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운암뜰 한식거리' 초입에 위치해 있어 일반시민들은 물론 공무원, 청소년들에게도 쉽게 눈에 띈다.

 

더욱이 약 300m 떨어진 거리에 오산 운암중학교가 자리하고 있고, 점포 인근에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 PC방과 학원들도 밀집돼 있는 길목이다.

 

 

점포 입구에는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집업소'라고 문구가 적혀있지만, 무인 점포이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청소년은 물론 아동까지도 쉽게 출입할 수 있을 만큼 사각지대가 존재해 보였다.

 

기자가 주민등록증(신분증)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출입구를 열고 점포 안을 들어가보니, 점포 내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있었다. 상품 판매 역시 기기가 별도의 휴대폰 본인 확인이나 지문확인, 얼굴 대조 등 본인 인증 과정 없이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만 확인하다 보니 성인 인증만하면 자유롭게 제품을 구매 할 수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부모님 혹은 형·누나 등 가족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분실 신분증을 이용해 성인용품을 구입한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에는 학교경계선 200m 이내를 상대정화구역으로 정하고 유해업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200m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유해업소도 법에 저촉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매장은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해 있었다. 건물을 돌아 길 하나만 건너면(약 100미터) 또 다른 무인 성인용품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청사와도 바로 맞닿아 있다.

 

이 매장은 앞서 설명한 매장과는 달리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는 문구 외에는 이렇다 할 신원확인이나 성인인증 등을 하는 시스템조차 없었다. 다만, CCTV(폐쇄회로)가 있으니 이를 어기고 출입시 형사 처벌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인임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 뿐이었다.

 

매장을 들어가보니 내부 진열장에는 성인용품들로 가득했다. 이곳 역시 점포 내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있었다. 물품 구매는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신분증으로 성인인증을 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휴대폰 본인 확인이나 지문인식 등 추가적인 인증 절차 조차 없었다. 이곳 역시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성인용품을 구입할 수 있어 제재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이모군(15)은 "방과 후, 학원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이 길목을 다닌다"며 "호기심으로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들어가볼까 했던 적이 있지만, 실행에 옮겨 본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한번쯤은 구경해 보고 싶긴 하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의 걱정도 점점 커지고 있다.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곳에 무인 성인용품점이 있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창 이성에 호기심 많을 시기인 청소년들은 성인용품 매장에 대해 충분히 궁금해 할 것 같다"며 "출입 및 구매 방식을 신분증을 통한 인증이 아니라 공인인증서 등의 조금 더 철저한 방식으로 관리 운영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를 포함한 유해시설의 설치는 200m만 벗어나면 설치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을 학교로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출입이 잦은 시설에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정모(48)씨는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인근 학교 학생들이 기웃거리는 모습을 가끔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같이 오가는 통학로에 저런 가게가 있다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며 "실질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강북구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학생과 학부모, 경찰 등이 ‘학교주변 청소년 유해시설 근절운동’을 함께 펼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산시는 현재까지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산시 도시정책과 담당자는 "성인용품 매장도 근린 시설이나 판매 시설로 들어가 있어, 따로 제한할 방안이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학교 관경에 저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에서 검토를 통해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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