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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장제원 비서실장은 일부러 ‘흉금 없이’라 했을까?

 

언어는 은유(隱喩 메타포)의 바다다. 김동명의 시 구절 ‘내 마음은 호수요.’는 비유법 중 은유를 잘 보여준다. 은유는 ‘~과(도) 같다’는 설명을 숨기는(隱) 비유다.

 

시적(詩的) 표현에만 쓰이는 개념이 아니다. 언어와 사물(일과 물건)의 관계는 대개 은유로 연결돼 있다. 서양 논리학에서 온 말이되, 언어의 작동 원리가 원래 은유적이니 동서양 구분이 필요하지 않겠다.

 

‘내 마음은 호수와(도) 같다.’가 은유의 상대 개념인 직유(直喩 시밀리)적 표현이겠다. 같은 뜻이되 맛이 다르지 않는가.

 

예문들의 그 ‘마음’ 즉 ‘마음속 생각’은 한자어로 흉금(胸襟)이 되겠다. 한자어는 한자가 바탕인 외래어다. ‘오픈’이나 ‘클릭’은 영어가 바탕인 외래어다. ‘아침’ ‘무지개’ 같은 토박이말과 함께 외래어는 한국어를 구성하는 요소다.

 

장제원 당선자비서실장이 최근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 후 “(두 사람이) 흉금 없이...대화를 나눴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혹 회동에서 대통령이나 당선자 중 한 사람이 ‘흉금 없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참 솔직한 표현이군.’하며 어떤 이들은 쓴 웃음을 지었으리라. 장제원 비서실장(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156분간 마음에 없는 소리를 (화기애애하게) 나눴다는 것이다.

 

장제원 실장의 황당 어법인가? 국민들은 속았거나, 엉터리 언어에 노출됐다. 현장이 그대로 안방에 전달됐으니 ‘흉금 없이 대화 나누다.’가 새 표준이 되려나? ‘흉금황당(胸襟荒唐)’이란 새 사자성어도 나올 수 있으리.

 

‘흉금 없이...’이던 인터넷 관련 기사 상당수가 며칠 사이 ‘흉금을 터놓고...대화를 나눴다.’로 바뀐 것도 언급할만한 대목이다. 옳다, 그게 정답일세.

 

가슴에 품은 속마음을 기탄(忌憚) 없이 주고받았다는 말을 하려 했을까.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라는 말, 또 ‘격의(隔意) 없다’는 말 참고할 것.

 

고기 육(⺼, 肉와 동자) 붙은 胸(흉)은 몸의 ‘가슴’이다. ‘마음’으로도 읽는다. 은유다. 금할 금(禁) 앞에 옷 의(衤, 衣) 붙은 襟(금)은 가슴을 여미는 옷깃이다. 옷 앞섶을 묶어 벌어지지 않게(禁) 한다. 저고리 안에는 ‘가슴’이 있다. ‘마음’이다. 역시 은유다.

 

襟 들어간 금도(襟度)란 말이 있다. ‘남(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의 은유다. ‘넘어서는 안 될 선, 한계나 불륜’ 같은, 흔히 ‘금도를 넘다.’라고 잘 못 쓰는 시답잖은 금도란 말은 없다. 매일 쓰는 말, 매일 공부하자.

 

말은 (시대의) 뜻이다. 시대는 말을 늘 망가뜨린다. 망가진 말은 시대를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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