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책들 사이에서 제일 재밌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 같아요."
경기도 이천시 대월중학교에는 13가지의 재밌는 일들이 가득한 '보물창고'가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꿈꾸는 도서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71년 설립된 대월중학교는 현재 약 70여 명의 재학생과 28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생겨나며 신설 초·중학교로의 학생 전출이 증가해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실현을 위한 교직원과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2018년 '연계형 혁신학교'에 지정됐다.
김상범 교장과 안정진 사서교사를 비롯한 전 교직원들은 수많은 답사와 회의를 거쳐 생동감 넘치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기존 학교 운영비의 3%로 책정된 예산에 혁신학교·혁신지구 도서관 관련 프로그램 지원금을 더해 지난해 3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2층에 마련된 교무실을 허물고 교실 2.5배 크기로 확장해 근사하게 재탄생한 '꿈꾸는 도서관'에는 장서 1만 2171개와 열람좌석 30석이 마련돼있다. 과거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새 꿉꿉하고 좁고 어두웠던 공간에서 쉬는 시간, 점심 시간 할 것 없이 학생들로 붐비는 교내 가장 '핫'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 독서 토론 활동…'교육·지역 공동체' 단합과 소통의 창 마련
꿈꾸는 도서관 사서교사인 안정진 교사는 "3년 전만 해도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1시간 거리에, 대월리 인근 문화 기반 시설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면 그 역할을 우리 꿈꾸는 도서관이 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항상 열려있는, 경험이 풍부해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바꿔가는 등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사랑방'은 부모·학생·교직원 등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 토론 활동이다. 독서사랑방은 지원자들이 직접 도서를 선정해 읽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틈타 토론을 진행하고, 부모들은 1년에 한 번 토론회를 열어 교육·지역 공동체의 단합과 소통의 창을 마련하고 있다.
교내에 '집처럼 편안하게 누워 휴식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꿈꿨던 김상범 교장의 바람처럼 꿈꾸는 도서관에는 책을 읽지 않아도 방문 자체를 즐거워하는 학생들로 넘쳐났다.
대출·반납에 진심인 이성희 양(15)은 봉사 당번이 아닌 날에도 찾아와 바코드 찍기에 열중하고, 김민서 양(16)은 도서관을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칭하며 교과 교실제 수업으로 바쁜 일과 중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또 달라진 점은 학부모들도 책을 빌리러 오는 등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린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게임부터 방송까지…독후 활동의 13가지 보물찾기
실제 기존에 물리적 학습 자료나 제공하는 도서관 형태를 탈피해 '체험 미디어 센터'로서 확장시키고자 했던 교직원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대월중학교는 지난해 총 13개의 도서 활동을 진행했다. ▲독서방송 ▲독서사랑방 ▲독서논술(토론) 대회 ▲작가와의 만남 ▲작가 데뷔 프로젝트 ▲방학 독서 꾸러미 ▲교과 융합 수업 ▲북 큐레이션 ▲장애이해교육 ▲창의적 글쓰기 ▲책나라 세계일주 ▲행운의 포춘쿠키 ▲도서관 환경 개선이다.
그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독서방송'은 학생들 사이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학생 주도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책을 선택, 독서 후 방송 대본을 작성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교생에게 소개하는 활동이다.
독서방송을 준비하는 도서부 학생들은 대본을 작성하는 것이 독후 활동의 일환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서부원들은 책 소개 방송을 거듭할 수록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방송 말미에 소개 책 관련 퀴즈를 내 간식을 상품으로 나눠주며 도서관으로 학생들의 발길을 이끌기도 했다.
도서부원 이성희 양(15)은 "저희가 직접 대본도 만들고, 녹음해서 책을 소개해 주는 게 정말 재밌었다"고 했다. 도서부장 조은애 양(16)은 "내년에 저희가 졸업해도 독서방송은 꼭 해줬으면 한다"며, 독서방송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도서부 학생들이 의견을 나눠서 하는 것이니 또래 입장에서 이해시키기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대월중학교 김상범 교장
◇ 주체적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
김 교장은 자신의 독서 철학을 '새로운 것을 아는 즐거움'으로 정의했다. 대학 시절 '너의 흔적 너의 의미'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새로운 느낌을 경험했다는 김 교장은 "교사로서 그런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서라는 게 과거·현재·미래를 만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진로와도 연결 된다"며 "내 행동에 변화를 가져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그 기초를 쌓을 수 있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읽고, 놀고, 휴식하는 도서관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학생·교직원 간의 친밀감을 꼽았다. 김 교장은 "교직원 모두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학생들의 도서관 활동, 학생회 등 적극적 참여가 이뤄진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장은 대월중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에 더 많은 요구를 해달라"고 전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 하고픈 교사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오는 2023년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된 대월중학교는 더 많은 예산과 환경의 변화를 통해 학생들만의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는 마을 공동체로서의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