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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4월에 쓰는 봄 편지

 

지난 식목일에는 서울에 있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썼다. 개인적인 일로 편지를 쓸 때 나는 마음 가볍고 흥미롭다. 내가 촬영한 사진 아래 간단한 문장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개성 있게 제작한 우편엽서를 2000년부터 꾸준히 써오고 있다. 우편엽서나 편지나 쓰는 순간부터 받는 사람의 마음과 인연을 생각하며 정성껏 써서 우체국으로 가서 보내고 나면 나만의 삶에 충실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의 생일은 이 달에 다 들어 있다. 손녀가 먼저이고 맏손자는 오빠인데 중하순이다. 찾아가서 녀석들 나이에 걸맞게 신나게 해주고도 싶다. 하지만 시시한 할아버지는 치킨 값에라도 보태서 제 아버지가 내 몫까지 즐겁게 해 줄 것을 부탁하며 몇 푼 안 되는 지폐와 축하의 원고지 글을 아들에게로 보낸다.

 

호수가 있는 동산에 올라 진달래를 본다. 다른 나무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그런데 내 발길 앞 진달래나무는 가지 하나에 작은 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 그 꽃잎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떨고 있다. 문득 아내 생각이 떠오른다. 그는 세상 온갖 작은 바람에 떨면서도 목소리 한번 돋우지 않았다. 가족들의 미세한 감정을 살펴 위로만 하며 살다 간 사람이다.

 

정채봉 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이란 동시다.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는.

 

나는 여기에서 ‘엄마’를 ‘당신’이나 ‘임자’로 바꿔 부른다면 어떨까 싶었다.

 

봄은 왜 오는가. 꽃이 피기 위해서 온다. 꽃은 왜 피는가. 자연과 인간의 마을을 위한 것 아닐까. 만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봄이 오지 않는다면 자연의 위안도 사라질 것이다. 빈부와 자격을 따지지 않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자연뿐이다. 자연에는 위안이 있고 치유의 힘이 있다. 나는 나의 손자들이 먹고 싶은 거 먹고,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에 늦지 않게 눈 뜨길 바란다. 더 욕심을 낸다면 한비야 작가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옆 좌석 학생에게 물을 따라주는 것을 본 한 학생이 한비야를 보면서 ‘한국 여자의 노예근성’이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그때, 그는 당당하게 ‘노예근성이라고 하셨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을 ‘친절’이라고 합니다. 라고 일깨워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당당함과 자존감을 지키는 청춘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작은 정성 속의 따뜻한 마음의 불씨가 아이들 세상에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편지를 써 보낸다.

 

지구의 저 쪽에서는 전쟁으로 죄 없는 생명이 죽어가고 코로나로 힘없는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 티브이에서는 3월에 수영복 판매가 급증했다는 뉴스다. 해외로 휴가 가서 호텔 수영장에서 이용하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그래도 봄은 오고 4월의 봄에는 내 손자들 생일이 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예쁜 얼굴을 상상하며 생일 축하의 편지를 쓰는 나는 행복하다. 내 아들에게는 그 녀석들이 미래에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될 것이다. 기왕 기대고 쉴 바엔 큰 나무가 좋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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