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팀이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연차별 신경퇴행성질환 발병위험률 및 임상적 징후를 밝혔다.
20일 교수팀에 따르면 신경퇴행 증상의 진행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14년 이내 절반 이상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는 수면장애의 일종으로써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을 하는 등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인 ‘렘수면행동장애’와는 달리, 수면장애는 있지만 신경퇴행성질환이 동반되지 않을 때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한다.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는 신경퇴행성질환의 전조증상이라는 여러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의 신경퇴행성질환 발병위험률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임상적 징후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었다.
이에 윤인영 교수팀은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의 신경퇴행성질환 연간 발병위험률과 시간에 따른 임상적 징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후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나지 않은 한국인 환자 198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4~5년마다 인지기능을 검사했으며, ▲후각 ▲색각 ▲운동기능 ▲자율신경계 증상 등 신경학적 검진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 중 5년 내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난 비율은 12.5%였지만, 14년 내에는 무려 56.6%까지 치솟았다. 반면 서양인의 경우에는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날 비율이 5년 내 40%, 14년 내 92.5로 한국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신경퇴행성질환의 발병위험률은 진단 후 첫 해 2.1%로 낮았지만, 10~12년 차의 평균 발병위험률은 8.5%로 올라가는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었다.
또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 받은 지 5년 이상 지난 사람과 10년 이상 지난 사람의 신경퇴행증상의 임상적 징후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신경퇴행증상의 진행 속도는 다소 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10년 넘게 추적관찰하며 연차별 신경퇴행성질환의 발병위험률과 임상적 징후를 밝혔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윤인영 교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날 위험성은 낮지만 14년 이내 발병위험률 56.6%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며 “신경퇴행성질환의 발병위험률은 매년 증가하고 신경퇴행증상은 서서히 진행하다가 갑자기 명확한 질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매년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수면의학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SLEEP(Impact Factor 5.849)’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