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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영화] 엄마의 꿈으로 살아가는 딸…미스터리 스릴러 ‘앵커’

 

앵커

장르 : 스릴러

감독 : 정지연

출연 :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우아해 보이지만 가라앉지 않으려고 부단히 발을 움직이며 헤엄치는 백조. 영화 ‘앵커’ 속 ‘세라’의 삶도 마찬가지다.

 

“YBC 9시 뉴스입니다”. 방송국 간판 앵커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삶을 살고 있는 세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녀지만, 그 자리를 꿰차고 유지하기 위해 남모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세라의 자리를 노리며 개편 때만 기다리는 방송국 후배들로 늘 불안한데, 이루지 못한 본인의 꿈을 세라에게 강요해 온 엄마 ‘소정’은 매일 저녁 세라의 뉴스 진행에 촌철살인 평을 가하고, 심지어 장서 갈등으로 세라는 남편과도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 생방송 5분 전, 세라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제보자는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그 사람'이 자신의 딸을 해쳤으며 곧 자신마저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 

 

장난전화로 넘겨 끊었지만 세라는 아무래도 찝찝하다. 그런 세라에게 엄마는 “이거 너한테 기회야”라며 취재를 부추긴다. 제보자의 집으로 향한 세라는 그곳에서 제보전화 속 이야기처럼 모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세라는 단독으로 ‘지천동 모녀 살인 사건’을 보도하고, 방송국 내에서의 입지를 굳힌다. 하지만 세라의 앞에 죽은 제보자의 목소리와 모습이 환청과 환각으로 나타나고, 사건현장에서 마주친 제보자의 주치의 정신과 의사 ‘인호’마저 수상쩍다.

 

 

영화는 ‘애’보다는 ‘증’에 더 가까운 세라와 소정 두 모녀를 통해 사회가 여성에게 지운 출산, 육아 그리고 경력단절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엄마가 포기했던, 엄마의 꿈으로 이뤄진 세라의 성공. 딸보다도 딸의 자리가 더 중요해 보이는 엄마와 그 기대에 부응하고 현재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딸.

 

‘앵커’는 이를 정돈된, 신뢰감 있는 모습을 한 세라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정, 불안감으로 들춰낸다. 엄마가 아침을 챙겨주고, 꼼꼼하게 전날 뉴스 모니터까지 해주는 완벽해 보이는 일상 뒤, 텅 빈 분장실에서 혼자 스크립트를 연습하고, 긴장으로 곤두서 있는 모습, 언제 앵커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비춘다.

 

세라 역을 맡은 천우희는 완벽한 앵커로 분하기 위해 하루 4시간씩 반복해서 뉴스 스크립트를 읽는 법을 배우고, 김민정 전 KBS 아나운서와 함께한 수업 내용을 녹음하며 연습을 진행했다. 여기에 자세와 의상을 더해, 사실감을 줬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시선 처리와 자세도 발성 못지않게 중요했다. 신뢰감을 주면서 전달력도 높아야 하기에 어떤 틀을 갖추고 연기를 해야 해서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호 역의 신하균은 의사 정신에 투철한 인물인지, 아니면 환자의 죽음에 연관된 인물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표현했다. 인호는 “혹시 압니까? ‘그 사람’이 정세라 씨에게도 찾아올지”라는 말로 세라의 불안을 고조시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소정 역의 이혜영은 세라를 홀로 키우며 딸과 자신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엄마의 심리를 그려냈다. 딸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희생했지만, 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엄마이다.

 

영화는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며 변화해 가는 세라의 심리와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공포를 따라간다. 진실이 드러날수록 긴장이 고조되는 소정과 세라 모녀의 사이 그리고 의심스러운 행동과 말로 일관하는 인호, 세 등장인물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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