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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물 좀 주소

 

음악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신통력이 있다. 헨델과 베토벤의 음악이 그렇고, 이문세와 양희은의 노래도 그렇다. 귀에 익숙한 노래는 전주곡만 들어도 마음이 동한다. 노래는 가사도 중요하다. 가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가사는 시와 동격이다. 대중음악은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이 노래는 포크 록(fork-rock) 장르에 해당한다. 포크송 가수 밥 딜런(Bob Dylan)과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가 서로의 장르를 융합함으로써 새롭게 잉태된 장르다. 두 장르의 공통점은 반(反)문화로서 기성의 지배문화에 저항하면서 민중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한대수는 그래서 한국의 밥 딜런 또는 한국의 존 레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국에서 포크송이 1950년대 반공 쓰나미에 주춤할 무렵 로크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다. 새롭다기보다는, 흑인음악 R&B를 백인 가수들이 부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인이 흑인음악을 부르지 않던 시절의 산물이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가 흑인처럼 격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던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그리고 1960년대 밥 딜런과 비틀즈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로큰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록은 비슷한 시기에 로큰롤에서 백인음악인 컨트리 앤 웨스턴이 가미되어 탄생한 장르를 말한다. 한대수는 1960년대 후반을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음악에 눈을 떴다. 1968년 귀국해 세시봉에서 데뷔한 이후 1969년 작곡한 ‘물 좀 주소’를 1974년 낸 첫 음반에서 발표했다. 한국에서 포크 록의 새 장을 연 것이다.

 

지배문화에 저항한다는 것은 대기업의 상품으로 생산되어 매스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유통구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게 되고, 가사도 사랑 타령 위주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지어내 직접 노래를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는 그 신호탄이었다.

 

물은 사랑이라고 했다. 한대수는 한 인터뷰에서 “물은 사랑, 자유, 희망 등을 상징한다.”라고 했다. 1970년대는 비도 안 오고 물이 메마른 삭막한 사회였다. 자유가 억압받고 희망이 없는 사회였다. 그런 때에 한대수의 노래는 목마른 사람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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