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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 예술기행] 클로드 드뷔시와 욘

 

프랑스 고전음악의 대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그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바다를 선율에 담으려는 큰 야망을 품고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일본화가 호쿠사이의 '거대한 파도'를 봤다. 이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드뷔시가 '바다(La Mer)'를 작곡하기 시작한 건 욘(Yonne).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와는 거리가 먼 육지였다. 이곳에 드뷔시가 첫발을 디딘 건 아내 릴리와 함께. 욘의 비쉔(Bichain) 마을 오두막집을 얻어 드뷔시는 대작 '바다'에 몰두했다. 이때 친구 뒤랑(Durand)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바다'를 작곡하고 있네. 만약 신의 가호가 있다면 일이 잘 진척될 걸세.” 해변의 3막은 이렇게 간절하게 부르고뉴 포도밭 비탈길에서 시작됐다.

 

 

드뷔시는 비쉔의 고요함과 자연에 반했다. 부르고뉴와 일드프랑스 접경지역인 비쉔. 이곳 들판에서 만난 선량한 마을사람들에게 드뷔시는 그만 매료됐다. 여름이면 이곳에 와 순진한 시골 사람들과 비쉔을 둘러싼 다양한 나무들을 바라봤다.

 

'바다'의 작곡은 파리로 돌아 와 계속됐고 노르망디, 제리, 푸르빌로 이동하면서도 계속됐다. 완성된 건 3년 만인 영국의 이스트본 해변가에서였다. 그사이 그는 릴리와 이혼했다. 이처럼 여러 지역과 우여곡절 속에서 '바다'는 탄생됐지만 그 중에서도 욘의 비쉔의 역할이 가장 컸다.

 

드뷔시는 욘 강가의 빨래터와 과수원 쪽으로 오랫동안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 특히 브리즈방에서 마르니에르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좋아했다. 넓게 펼쳐진 공유지에 압도할 것 같은 큰 바위들과 작은 숲. 여름날 반짝이는 파도처럼 다양한 문화를 뒤섞게 했다. 그는 천둥치는 소리를 좋아해 농부들이 쓰는 망토를 빌려 쓰고 이 장관을 응시하러 밖으로 나갔다. 때론 딸들을 데리고 들판에 나가 출렁이는 밀밭을 보여주며 마치 바다의 물결과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온갖 경험은 고스란히 '바다'에 투영됐고, 드뷔시를 굴지의 작곡가로 만들었다. 러시아 최고의 피아니스트 리히터는 드뷔시를 쇼팽, 바그너와 함께 세계 3대 거장으로 꼽았다. 그는 드뷔시의 '바다'를 들으면 바다를 직접 보는 것보다 더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뷔시의 '바다'는 완벽 그 자체라고 격찬했다.

 

 

드뷔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욘의 비쉔을 여행지로 추천한다. 어떤 곳이길래 천재작곡가 드뷔시가 '바다'를 위한 모든 영감을 이곳에서 얻었을까. 직접 찾아가 땅을 밟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출렁이는 밀밭을 쓰다듬고, 브리즈방에서 마르니에르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거닐고, 바람과 함께 대화를 나눠도 봐라. 어느새 마비된 상상력과 창조력은 그대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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