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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자연의 봄 인생의 봄

 

하늘과 산과 호수에 담긴 구름이 조화를 이루는 아침 시간이 있습니다. 호수 수면 위 연잎은 표면적 무늬가 됩니다. 그것은 호수 내면에 감춰진 흙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갈대는 지난 해 그 모습보다 낮아지고 빛바랜 그대로 서 있는데 그 자리에 푸른 빛 여린 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세대교체보다 생명교체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호수 중심 낮은 말뚝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가 제 쉴 곳 일번지나 되는 듯, 위에서 내리긋는 획 같은 형상으로 졸고 있습니다. 그 모양이 물속으로 스미어 물 위아래 풍경이 하나가 됩니다. 호수의 풍경이 정지된 영상처럼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 쇠물닭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반원을 그리며 지나갑니다. 바람에 밀리는 물결은 솟아오른 아침 빛 머금어 남에서 북쪽으로 물무늬 지으며 번져갑니다.

 

꽃 진 자리/ 잎 솟고/ 아기 녹색(幼錄)/ 꽃보다 고운데// 비에 씻긴 철쭉/ 맑음이어라/ 하늘 길 찾아가는/ 선한 눈망울

 

어느 해 봄에 써 둔 시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창을 넘어온 햇살이 내 책상에 와 머물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었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날이 지나고 어버이날도 갔습니다. 시끄럽던 대통령 자리도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무심코 창문을 여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어디서인가 들려오는 노래 소리 같았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6월 25일이 오기 전 남과 북 어린이들이 함께 어느 광장에서 어린이날 노래를 합창할 수 있다면— 상상도 무의식도 계절을 타는가 싶었습니다.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상황에 따라 문학관과 복지관 강의실 문도 열렸습니다. 수강생들이 다시 모여 시와 수필을 공부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어느 분은 지팡이를 짚고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순간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한국산문>>에 발표했던 수필 ⸀숟가락」을 복사해 주고 수필 작법에 따른 설명을 실감나게 강의했습니다. ‘숟가락 거뜬히 들 때 사람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첫 문장에서부터 ‘지(知)와 정(情)의 완벽한 조화’의 수필을 힘껏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못 써도 좋으니 일단 써보는 정신과 자세가 자신을 능동적인 인간으로 끌고 가는 힘이 된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늘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어떤가.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내가 내 딛는 발걸음이 소중한 것이지. 그래 나는 지금 봄날을 살고 있는 거야! 이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지팡이를 짚고 나온 노선생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자연의 봄도 인생의 봄도 ‘청춘’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청나라 말기 중국학자 유월(兪樾)은 과거에 응시했을 때 ‘꽃은 떨어져도 봄은 그대로 있다(花落春仍在)’는 오언시를 지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꽃이 떨어져도 봄은 존재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도 이와 같은 것. 늙었다고 생각 맙시다. 꽃 시절은 갔어도 삶 속에 인생의 봄은 존재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