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바람, 따뜻한 햇살, 조용한 속삭임."
고양시 일산동구에 소재한 고양국제고등학교 도서관 '글숲마루'는 도서관 절반이 통창으로 이뤄져 있어 아주 맑은 날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공간을 연출한다.
맑은 날에는 자연광이 들어와 따뜻한 햇살이 내려 앉고, 비오는 날은 빗소리와 함께 살랑살랑 부는 바람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청아한 새소리와 함께 자연의 속삭임을 들으며 창의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고양국제고의 도서관 '글숲마루'을 다녀왔다.
고양국제고는 지난 2011년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설립돼 올해로 11년을 맞이했다. 현재 약 600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여러 교내 시설 중 학생들에게 '아지트'로 유명한 도서관 글숲마루는 연면적 250㎡에 장서 1만8405권, 열람좌석 68석을 보유하고 있다.
고양국제고 개관과 함께 10여 년동안 글숲마루 도서관을 이끌어온 김계옥 사서는 독서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준다"며 "영혼을 살찌우고, 감성과 열정, 꿈을 안고 살아가도록 해주는 말 없는 스승"이라고 역설했다.
◆학생·교직원들의 오아시스 '글숲마루 도서관'
글숲마루에는 원한다면 언제든 잠을 청할 수 있는 따뜻한 온돌마루가 있다. 김 사서는 "학교 특성상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우리 집 거실 같은 포근함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통유리창을 통해 사계절의 자연을 보며 마치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고양국제고 강서연 학생(17)은 "활기가 넘치는 교실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힐링하고 싶을 때 도서관을 찾게된다"며 "밖을 선명히 볼 수 있도록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 계절감을 풍부하게 느끼기에도 좋다"고 답했다.
온돌마루에 마련된 보드게임도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끄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이지영 학생(19)은 "수행평가나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책을 찾기도 하고, 온돌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글숲마루에는 십자수를 하는 교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부로더리'라는 프랑스자수 교사동아리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도서관 한 켠에 자리잡고 십자수를 놓고 있었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선생님들끼리 서로서로 알려주며 도서관에서 동아리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숲마루는 학생뿐만아니라 교직원들의 바쁜 하루 속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도자기페인팅·글숲마루 책향기…체험 위주의 독후활동
김 사서는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고 말했다. 김 사서는 도서관 추천 활동으로 '책은 사랑을 싣고…책 선물 편지쓰기'를 꼽았다.
책 선물 편지(엽서)는 학생들이 편지를 써서 도서관에 제출하면 책과 함께 지정상대에게 책을 전달 하고 있다. 또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편지·추천 책을 구입해 도서관에 전달하면 학생에게 전달해주는 '사랑의 큐피트'로써 10년째 활약 중이다.
김 사서는 "친구, 선·후배, 부모님이 자녀에게 책을 추천하는 사연을 담은 편지쓰기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응원하는 기회를 통해서 서로가 소통하고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글숲마루의 책향기'는 올해로 8호째 발행하고 있는 고양국제고의 독서 교육 안내자료집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책 추천 글, 한해 동 안 있었던 다양한 독서 행사, 이용 안내, 우리학교 추천도서 목록, 부모·선후배 추천 책, 선생님 추천 도서 소개, 신입생 도서관 등의 내용으로 배포된다. 이는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필수 안내서가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글숲마루는 올해 ▲점심시간 15분 책읽기 ▲독서 마라톤 ▲세계 책의 날 기념 책드림 ▲원작이 있는 영화 감상 ▲백범일지 서평쓰기 ▲친구야 책방가자-고양페이 ▲가족과 함께하는 집콕독서 ▲저자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이 예정돼 있다.
김 사서는 학생들에게 "우리 학생들을 기다리며 서가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 중에 ‘내 인생의 책’을 글숲마루에서 꼭 만나기를 바라며, 도서관에 편하게 자주 방문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혜정 고양국제고등학교 교장
"배움과 성장은 독서로부터 시작한다."
약 30년 경력의 김혜정 고양국제고등학교 교장은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서가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김 교장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읽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확장된 문제의식을 갖게 해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이시대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할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숲마루 도서관을 학생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장소'라고 칭했다.
김 교장은 "김계옥 사서가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위주의 구성으로 지치고 힘든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아주고 계시다"며 "학교 도서관은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 교류하는 소통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공부도, 노는 것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하는 고양국제고 학생들을 보며 선생님들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어 교직원들에게도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것' 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면서 "협력적인 문화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교직원·학생·학부모의 화합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고 교육 공동체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