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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세상을 읽자 신문을 펼치자

 

지루하고 답답했던 선거도 끝났다. 현수막 피로감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여름이 오고 가면 가을이다. 모두가 역사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제 맨 정신으로 스스로를 찾아 나서 자신을 위한 진정한 행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다. 내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힘으로 학교를 다니기 위하여 집집마다 신문 배달하는 것을 지금의 아르바이트하듯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문 밖에서 던지는 신문이 집 안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싫지 않다. 이어서 일찍 배달된 신문에서 풍기는 활자의 잉크 냄새가 아침 공기와 함께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문과 인연이 깊다. 아니 문학을 하나의 업으로 생각하며 노력하는 길에서 신문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신선한 영양소를 제공했다. 사회적 정보와 함께 어떻게 살며 세상을 읽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깨우쳐주는 산사의 풍경과도 같았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는 다 읽은 신문의 필요한 부분을 오려 ‘스크랩 북’을 만들었다. 문화면과 오피니언에 실린 철학적인 내용들을 잘 오려서 스크랩에 풀로 붙여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글 짓고 강의할 때는 물론 축사나 조사를 할 때도 스크랩북에서 그 분위기에 맞는 단어와 문장을 참고하면서 나의 정서에 맞게 창작하였다. 외길 인생에 있어 간접적인 에너지를 저축하는 길로 생각하고 스크랩북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1980년대의 스크랩북에 있는 내용으로써 한국일보 ⸀특집판」에는 ‘생각하는 일요일을 위한 특강’이 있다. 여기에는 ‘전후 한국문단의 대표작으로 선정된 『토지』 작가 朴景利의 고백록’이라고 하여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주제는 ⸀나의 문학적 자전(自傳) 박경리 소설가」이다. 선생은 ‘존엄’을 지키려고 소외된 채 인간주의 추구‘를 위한 길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토지 속 최치수(崔致修)는 내 분신이라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같은 특집 판에는 서강대학교 엄정식 철학교수의 ⸀철학의 사명」이 실렸는데 ‘위대한 사상 잉태 못하면 그 시대 헛되게 사는 것」이라는 내용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또한 ‘고희 기념 특별기고’로 서정주 시인의 ⸀나의 인생, 나의 문학」도 있다.

 

10여 년 전 일로 기억된다. 미국 최고 학생 12인에 뽑힌 한국인 2세 이형진군의 이야기다. 예일대학에 입학한 이 군은 어머니의 독려로 신문 5-6개를 집안 곳곳에 펼쳐 놓고 읽었다고 한다. 읽는 재미는 쓰는 능력으로 이어져 고교 시절 지역 신문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최고 학생에 뽑히고 명문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신문은 일회성이 아니다. 신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세상 흐름을 따라가는 척후병과 같다. 그리하여 신문이 자장면 그릇 보자기 노릇을 하는 것보다 신문을 모아 두면서 오려서 밑줄 그어가며 공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서울의 몇몇 신문은 제호(題號)도 보고 싶지 않다. 신문의 사명은 외면하고 자기중심의 이익과 두 얼굴 속에서 못해낼 것이 없다는 이들이 찍어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신문이 있다. 독립신문을 만들어 내던 그 후손으로서의 살아 있는 정신으로 신문을 엮어내는 사주와 눈 부릅뜬 기자들이 있기에 신문에 대한 애정을 결코 접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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