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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57. 임경업(林慶業) 장군의 출생이야기

 

남한산성의 서문인 우익문(右翼門)을 나서서 서산 능선에 오르면 큰 무덤이 하나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 무덤에 얽힌 전설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한양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던 한 청년이 광주(廣州)에 있는 친척집에 식량을 얻으러 갔다. 그러나 미처 남한산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은 저물고, 거기에다 소나기까지 퍼부어 청년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그 때 멀리 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불빛이 보였다. 청년은 뛸 듯이 반가워서 그 불빛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한편으로는 괴이하고 두려운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당장 그의 형편으로는 그 불빛이 구세주나 다를 바 없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불빛은 외딴 초가집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청년은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였으나 집안의 동정을 살펴본 후 주인을 불렀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나온 주인은 묘령의 아리따운 처녀가 아닌가? 청년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길을 잘못 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으나 이미 그는 처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 처녀가 산적의 딸이라도 좋고, 천년 묵은 구미호(九尾狐-꼬리가 아홉인 여우)라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처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처녀가 차려 내온 진수성찬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처녀와 함께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처녀는 자기가 산속에서 혼자 살게 된 사연이나 청년이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게 된 것이 모두가 옥황상제(玉皇上帝)의 뜻이며 두 사람의 만남도 옥황상제가 점지해 준 인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튿날 날이 밝자 청년에게 급히 떠나기를 재촉했다. 청년은 하는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처녀와 이별하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도저히 처녀를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청년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 처녀는 인간이 아니라 500년이나 묵은 암구렁이라는 산신령의 목소리가 쩡쩡 울려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청년은 기어이 처녀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처녀의 초가집은 간 곳이 없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고목이 서 있고 그 곁에서 머리를 풀어 헤친 처녀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로소 처녀는 자기의 정체를 밝히고 산신령의 말대로 자기는 500년 묵은 암구렁이의 화신인데 이제는 청년의 힘을 입어 승천하게 되었다며 자기가 승천한 뒤 비늘 세 개가 떨어질 것이니 그 비늘이 떨어진 자리에 장차 청년의 묘를 쓰라고 하였다. 그러면 자손 중에 유명한 장수가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말을 마치자 처녀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고, 과연 비늘 세 개가 떨어졌는데 비늘이 떨어지자 매화나무로 변하였다.
 

그 후 청년은 장가를 들어 다복하게 살다가 죽었고, 죽을 때 처녀의 말대로 유언을 하였다. 가족들은 그의 유언대로 그 매화(梅花)나무 자리에 묘를 썼는데 정말 자손 중에 유명한 장군이 나왔으니 그가 바로 임경업(林慶業) 장군이라는 것이다.

 

 
임경업은 1594년에 충주에서 태어났다.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자주 했는데, 어느 날 한 양반이 그곳을 지나가려고 놓여 있던 지게를 치워 달라고 하자 임경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영을 함부로 부술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나으리께서 길을 돌아가 주십시오"라고 말했더니 당황했던 양반도 "장차 자라서 큰 장수가 되겠구나"라며 기분 좋게 길을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임경업 장군은 병자호란 후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가고 죽은 후에는 신이 되어 무속인들의 추앙을 받는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