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감미롭고 포근한 클래식 음악. 단연 타이스(Thaïs)의 명상곡이다. 멜로디를 들으면 천상의 세계, 평온의 세계에서 스르르 잠들 것만 같다. 이 곡은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걸작이다. 19세기말 프랑스 오페라계를 풍미한 마스네. 그는 이 곡 외에 마농, 베르테르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익은 곡은 타이스 2막의 ‘명상곡’이다. 각종 광고와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를 환상적으로 수놓은 배경음악, 그게 바로 이 곡이다.
타이스. 이집트의 창녀다. 아나톨 프랑스가 쓴 소설을 루이 갈레가 각색했고 마스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수도사 아타나엘은 유명한 창녀 타이스를 개종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타이스는 마침내 크리스천이 되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 칩거한다. 그러나 아타나엘은 자신이 집착해 왔던 건 관능미 넘치는 타이스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타이스는 속죄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고 아타나엘은 신심을 잃은 채 절망한다.” 인간의 위험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인간본능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19세기 대중은 이를 무척 불편해 했다. 타이스가 첨에 흥행에 실패한 이유다.
시대의 선봉장 마스네. 그는 분명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비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어김없이 아침 5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작업을 했다. 그 덕에 프랑스 무대를 일찍이 독점했다. 서른한 살에 ‘대고모(Grand-tante)’로 명성을 얻었고, 서른여섯 살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서른일곱 살에는 파리 음악원 교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끝없는 여행도 성공비결 이었다. 1842년 프랑스 남부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그. 여섯 살에 파리로 이사했지만 10대부터 작곡지를 옮겨 다녔다. 보르도를 여행하며 타이스를 작곡했고, 아봉(Avon)에 머물며 주옥같은 페드로 서곡과 라호르왕, 그리고 알자스 희곡을 작곡했다. 마스네는 스물네 살 때 루이즈와 아봉의 생 피에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프랭클린 루즈벨트 거리 64번지에 있는 장모님 댁에 머물렀다. 그 후 이곳에 자주 들렀고 중년이 되면서는 아예 집을 한 채 사 11년간 머물렀다.
아봉은 마스네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파리에서 60킬로 떨어진 센 강 좌안에 위치한 이 마을은 원래 원예밭으로 꽉 차 있었다. 남서쪽 3.5킬로 지점에는 루이 14세가 만든 환상의 퐁텐블뢰(Fontainebleau) 성이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이 성은 초록의 녹지인 숲으로 둘러싸여 고요하기 그지없고 새소리만 들린다. 경치가 빼어나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삼총사가 자주 이곳에 들러 그림을 그렸다. 이런 분위기는 아직도 남아 있다. 파리에 출장이나 여행을 간다면 이곳을 찾아가 봐라. 파리 리옹역에서 열차로 18분이면 족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세계의 수도 파리 곁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